[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현지 신에너지차(NEV) 시장 공략을 토대로 올해 판매량 확대에 집중했지만, 현지 공장 매각 추진 등 존재감 하락으로 오히려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 가까이 떨어졌다.
1일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기아는 올해 들어 9월까지 중국 시장에서 총 23만7000대(소매 기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9% 감소한 수치이다. 시장 점유율은 1.6%에 그쳤다. 단일 브랜드 기준 현대차는 같은 기간 17만5319대, 기아는 6만1681대를 판매했다.
현대차 중국 판매량은 6년 전과 비교해 80% 가까이 줄었다. 충칭공장 매각 소식이 판매량 급감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기아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10만 대 아래로 떨어진 이후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3만6500대 판매를 기록했는데, 이는 로컬 브랜드 한 달 판매량보다 적은 수준이다.
중국 판매 부진을 나타내는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기아뿐 아니다. 독일과 일본, 미국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매출 대비 영업이익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현대차·기아는 지속해서 판매 반등을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일단 신에너지차(ZEV) 시장 공략을 토대로 판매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BAIC그룹과 전기차 공동 개발에 나섰다. 전기차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더 많은 로컬 기업과 협력할 계획이다. 기아 역시 올해를 중국 전기차 시장 진출 원년으로 삼고 현지 전기차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기아는 올해 EV5와 EV6를 시작으로 오는 2027년까지 순수 전기차 6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매년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기반 순수 전기차 1대 이상을 출시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EV9 출시가 계획돼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연간 판매량 45만 대 달성이 목표다. 이 중 전기차 모델 비중은 40%(약 18만 대)까지 채운다는 각오다.
하지만 현대차·기아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최악의 경우 현지 철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아직까진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시장 공급력 등 확실한 시장 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반등의 기회는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하이엔드 포지셔닝 전략을 토대로 제품 개선과 틈새 시장을 전략적으로 타겟팅 하고 있다"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비인기 모델을 단종하는 수순을 병행하는 등 NEV 시장 공략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남아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34만3000여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30% 두 자릿수 급감한 수치로 7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드 사태’에 따라 지난 2016년 중국 시장에서 180만 대 판매로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감소세를 나타내며 지난 2021년 46만대 수준까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