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한아름 기자] 미국 바이오기업 소렌토 테라퓨틱스(Sorrento Therapeutics·이하 소렌토)가 파산위기에 몰리면서 필사적인 생존에 나섰다. 유한양행과 합작해 설립한 바이오벤처 기업 이뮨온시아 지분 매각에 나선다. 유한양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소렌토 테라퓨틱스가 최근 텍사스 파산법원에 이뮨온시아 지분 매각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챕터 11(미국 연방파산법 제11조)에 의한 것이다. 챕터11은 기업이 부채를 재조정하면서도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현재 소렌토는 이뮨온시아 보통주 2300만여주를 소유하고 있다. 매각 규모는 약 2000만 달러(약 270억6000만원)다.
이는 소렌토가 낸트그룹(Nant Group)과 무리한 소송을 이어가면서 부채가 쌓인 결과다.
소렌토는 지난해 12월부터 패트릭 순시옹(Patrick Soon-Shiong) 낸트케이웨스트 회장과 낸트그룹(낸트셀·낸트파마 등)과의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앞서 소렌토는 2015년 낸트파마에 유방암 치료제 신빌록의 기술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지만, 순시옹 회장과 낸트그룹이 자사 제품 아브락산 이익을 보호하려고 신발록 개발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텍사스 지방법원은 순시옹 회장의 손을 들어줬고 소렌토는 빚더미에 앉게 됐다. 소렌토는 순시옹 회장과 낸트그룹에 소송비 1억7000만 달러(2239억4100만원)를 줘야 한다. 이 때문에 소렌토는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소렌토가 이뮨온시아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유한양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소렌토가 이뮨온시아 가치나 중요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어 매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뮨온시아 기업공개(IPO) 계획도 잠정 중단되면서 이뮨온시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반면 일각에서는 자금력이 없는 기업과 파트너십을 이어가기보다는 유한양행이 소렌토 지분을 모두 확보해 경영권 강화에 나서거나, 이뮨온시아에 관심을 갖는 유망한 타 기업과 손을 잡는 게 낫다는 판단도 있다.
유한양행은 이뮨온시아 경영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소렌토가 이뮨온시아 지분을 매각한다고 해서 이뮨온시아와 당사에 미치는 영향은 현저히 적을 것"이라며 "이뮨온시아가 연구 중인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도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이뮨온시아의 IPO 계획은 시장 여건도 좋지 않아 연기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뮨온시아는 유한양행과 소렌토가 2016년 합작 설립한 면역항암제 개발사다. 당시 유한양행은 1000만 달러, 약 120억원을 투자했다. 소렌토는 개발 중이던 '면역체크포인트 항체' 후보물질 3종의 기술을 제공했다. 현재 유한양행은 이뮨온시아 지분 47.3%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