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형수 기자] 스페인 자체브랜드(PB) 상품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장기간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자 '가성비'가 뛰어난 PB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스페인 소비재 시장에서 PB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7%(지난해 기준)로 집계됐다. 프랑스를 비롯해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등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PB 상품이 신선식품을 제외한 스페인 소비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1년 38.3% 수준이었던 PB상품 비중은 지난해 41.3%로 늘어났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는 43.5%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롯해 △글로벌 공급망 경색 △에너지 비용 상승 등에 따른 물가 상승이 이어지며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스페인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8.4% 급증했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물가상승률은 3%에 그쳤으나, △국제 유가 재상승 △스페인 가뭄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 소비자들은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품질도 뛰어나기 때문에 PB 상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카나가 수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60%는 △혁신 △품질 △지속가능성 △브랜드 이미지 등의 측면에서 PB 상품과 제조업체 브랜드(NB) 상품 사이의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국내 기업에게도 신규 사업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 대비 품질 경쟁력이 우수한 한국 제품을 찾는 스페인 업체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한국 프리미엄 화장품을 수입·판매해 급성장한 현지 업체가 나오는 등 성공 사례가 나오자 기업들이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성학 코트라 마드리드무역관은 "스페인 전체 소비재 판매 중 PB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7%로 이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초대형 시장으로 성장했다"면서 "특히 최근엔 한국서 화장품을 수입해 PB제품으로 취급하려는 현지 유통업체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