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 덕분에, 신랑 출근길 동행" 시각장애인 삶 바꾼 삼성 안내견학교 '30년'

"장애인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故 이건희 회장 혜안
올해까지 총 280두 분양…1000여 가구 퍼피워킹 참여

 

[더구루=오소영 기자] "아이를 낳고 눈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산후 후유증일 수 있으니 기다려 보자 했지만 시력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혼자 새로운 곳에 가면 한 발을 내딛기가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케미와 함께하며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신랑이 저를 사무실로 데려다주고 출근했는데 이제 반대로 신랑을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고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누군가에는 사소한 일일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인 제게는 생각지도 못한 일입니다. 무섭고 두려웠던 발걸음이 케미 덕분에 가볍고 하루하루가 설렙니다."

 

안내견 '케미'의 파트너인 최경은씨는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에서 케미와 함께하는 행복한 일상을 공유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뜻에 따라 신경영을 선언한 직후인 1993년 9월 설립됐다. 이 회장은 에세이 '작은 것들과의 대화'에서 안내견학교의 쉽지 않았던 시작을 회고했다. 당시 기업이 안내견학교를 운영하는 사례도 없었다. 삼성은 안내견 우점종(안내견으로 가장 많이 길러지는 견종)인 리트리버를 한 마리도 갖고 있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들이나 복지 단체에 기부하는 편이 낫다는 주변의 핀잔도 들었다.

 

그럼에도 이 회장의 신념은 꺾이지 않았다. 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인을 배려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그는 에세이에서 "잔잔한 연못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지는 심정으로, 우리는 안내견들을 세상에 내보내고 있다"며 "세상의 두텁고 완강한 고집과 편견 때문에 안내견 '슬기'나 '대부'나 '태양'이가 더 이상 풀이 죽지 않아도 되는 그날까지, 계속 내보낼 것이다"라고 전했다.  

 

삼성의 진정성을 확인한 세계안내견협회는 1999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공식 안내견 양성기관으로 인증했다. 협회 정회원으로 받아들였다.

 

삼성 안내견학교는 1994년 첫 번째 안내견 '바다'를 시작으로 매년 12~15두를 분양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280두의 안내견을 분양했다. 현재 76두가 활동 중이다. 안내견 분양과 함께 뿌리깊은 차별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병행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각장애 체험 행사를 열고 안내견과 함께 대중교통 타기 행사도 진행했다.

 

안내견학교의 성과 뒤에는 숨은 봉사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일반 가정에서 1년간 사회화 훈련을 돕는 퍼피워커도 그들 중 하나다.

 

이날 안내견 8두가 퍼피워커의 손을 떠나 시각장애인들과 새 삶을 시작했다. 퍼피워커 김인성씨는 안내견 단풍이와 파트너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지를 읽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그는 "단풍이는 애교가 많고 어디서나 사랑받을 거에요. 단풍이 많이 사랑하고 응원하고 축복한다"라고 말했다. 존경이 퍼피워커 정수지씨는 "서로에게 눈을 맞추고 집중하는 모습이 생생히 떠오르곤 해. 너와 길을 걷는데 누군가 우리가 누구보다 행복해 보인다고 말해줬었잖아. 이제 그 행복을 파트너 선생님과 함께할 거라고 생각해 기뻐"라고 벅참을 표했다.

 

퍼피워킹 봉사 참여 가정은 총 1000여 가구에 이른다. 번식견을 평생 돌보는 봉사 가정을 더하면 2000여 가구로 늘어난다. 안내견학교의 견사 관리를 지원하는 자원봉사자도 300여 명에 달한다.

 

삼성은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행복한 동행을 이어가도록 안내견학교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 견사를 기존의 2배 크기로 확장하고 안내견의 번식과 생활을 위한 공간을 더욱 안락하게 꾸미는 공사를 진행했다. 시각장애인 파트너를 위한 교육 워크숍 횟수를 늘리고 청각 교육자료 비중을 확대해 교육의 양과 질을 개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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