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가전은 역시 LG'로 대표되는 과거 성공에 머물지 않고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12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LG전자의 새 비전은 사장 취임 후 551일 동안 지구 8바퀴를 돌며 현장에서 얻은 조 사장의 경험을 집약한 결과물이다. 10년 전 '세계 가전 1위'에서 올해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Smart Life Solutions)'으로 목표는 바뀌었으나 시장과 고객에서 답을 찾는 LG전자의 핵심 전략은 그대로였다.
◇'논-HW·B2B·신사업' 3대 축 육성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은 집을 넘어 자동차 등 다양한 공간에서 고객에게 새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가령 집에서 보던 콘텐츠를 차에서 볼 수 있다고 조 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세부 과제로 △논-하드웨어(Non-HW) △B2B 영역 성장 △신사업 동력 확보를 꼽았다. 먼저 매년 전 세계에 판매되는 1억 대의 제품을 토대로 콘텐츠·서비스 등 무형의 사업을 전개한다. TV는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한다. 5년간 1조 이상 투자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고, 외부 TV 브랜드에 웹OS 운영체제 공급을 늘린다.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사이니지 등 다른 제품군에도 웹OS 탑재를 확대해 플랫폼 사업을 강화한다.
B2B 사업에도 힘준다. B2B 사업은 전장과 냉난방공조(HVAC), 빌트인 가전으로 요약된다. 전장 사업은 올해 수주잔고 100조원, 2030년 매출 20조원 규모로 키워간다. 100조원은 인포테인먼트가 50%, 파워트레인(LG마그나) 30%, 차량용 램프(ZKW)가 20%로 나뉠 전망이다.
전기차 보급과 맞물려 고속 성장이 기대되는 제품군은 파워트레인이다. 조 사장은 "마그나와 시너지를 확대해 경쟁력을 높이고 북미뿐만 아니라 유럽 등 신규 노선도 공략하겠다"고 부연했다. 전장 사업을 분사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검토한 바 없다"고 답했다. 성장 단계에 있는 사업인 만큼 LG전자 안에서 키워가겠다는 전략이다.
HVAC 사업은 2030년까지 매출액을 두 배 높인다. LG전자는 고효율 인버터 기술을 앞세워 탈탄소 규제에 대응한다.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지역에 연구부터 생산, 유지보수까지 이어지는 완결형 사업구조를 구축한다. 빌트인 가전은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북미와 유럽 등에 집중한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은 "빌트인 가전은 지난 5년 동안 20% 이상 성장했다"며 "LG전자는 미국과 한국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냈고 유럽에도 올해 새 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지역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LG전자는 '미래 먹거리'로 디지털 헬스케어와 전기차 충전 사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기존 헬스케어 기업이 진단과 치료에 초점을 뒀다면 LG전자는 예방과 사후관리 서비스에 중점을 뒀다. LG전자는 작년 말부터 미국 원격의료기업 '암웰(Amwell)'과 북미에 비대면 원격진료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사업은 단순 충전기 판매를 넘어 관제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2030년 1조원 규모로 키운다.
◇현장서 지속가능한 성장 해법 찾는다
LG전자의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비전은 조 사장이 취임 후 주요 시장을 돌고 고객사를 만나며 얻은 통찰을 담고 있다.
이날 조 사장은 "답은 시장과 고객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취임 후 23개국, 지구 8바퀴를 돌며 직접 시장을 확인하고 고객을 만났다"며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새 비전 선포의 배경을 설명했다.
LG전자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2030년까지 50조원 이상 투입한다. 연구·개발(R&D)에 25조원 이상, 설비투자에 17조원 이상, 전략투자에 7조원 넘게 쏟는다. 이를 토대로 2030년 '트리플 7(연평균성장률 및 영업이익률 7% 이상, 기업가치(EV/EBITDA 멀티플) 7배 이상)'을 달성한다. 지난해 65조 원 수준(LG이노텍 제외) 매출액을 100조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조 사장은 신사업 추진을 위한 인수합병(M&A)과 합작사 설립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검토 의사를 내비쳤다.
아울러 LG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를 새 단장했다. 지난 4월 브랜드 리인벤트를 선언하고 국내 주요 거점 17곳 옥외 전광판에 신규 비주얼 아이덴티티가 적용된 브랜드 홍보 영상을 선보였다.
조 사장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수정되며 그에 맞는 색깔과 성격을 가져가야 했다"며 "정적인 브랜드가 아니라 역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브랜드로 변화를 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