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헝가리가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 원전 건설·자금 조달에 관한 계약을 일부 수정해 제재 문제를 해결하고 최대한 빨리 신규 원전을 완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로사톰에 따르면 알렉세이 리하체프 사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페테르 씨야트로 헝가리 외무장관을 만났다. 팍스-2 사업을 포함해 원전 협력을 논의했다.
씨야트로 장관은 회동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팍스 (원전) 확장을 위한 건설·금융 계약 수정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며 "전쟁이나 제재와 관계없이 현실과 기술은 계약을 건드려야 할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헝가리 정부는 2032년부터 2037년까지 폐쇄되는 팍스 원전 4기를 대체하고자 팍스-2 건설을 추진해왔다. 2014년 1.2GW 규모의 러시아형 원자로 2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으나 8년 동안 착공을 미루다 작년 8월에야 건설 허가를 발급해 공사를 시작했다.
건설비는 약 125억 유로(약 18조1030원)로 추정된다. 양국은 25억 유로(약 3조6200억원)를 헝가리에서 부담하고 100억 유로(약 14조4820억원)를 러시아가 차관 형식으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브네쉬에코놈방크(VEB)가 서방의 제재 대상에 오르며 차질이 생겼다. 헝가리 정부는 결국 금융 조달 창구를 가스프롬방크로 바꾸는 작업에 나섰다. 씨야트로 장관이 언급한 계약 수정은 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와 헝가리의 원전 협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제기되지만 헝가리 정부는 이를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씨야트로 장관은 로사톰과의 회동 이후에도 팍스-2 원전 건설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브리쉘은 원전 없이 에너지 안보,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팍스-2를 가능한 빨리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원전이 빨리 지어질수록 국제 에너지 시장의 급격한 가격 변동성으로부터 (헝가리가) 보호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