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윤진웅 기자] 카자흐스탄 기업이 현대자동차가 러시아 생산 확대를 위해 매입한 옛 GM공장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따른 현지 공장 가동 중단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만큼 최종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 디짓뉴스 등 복수의 현지 언론 매체는 16일 아스타나모터스가 현대차 러시아 GM 공장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베크누르 네시프바에프(Beknur Nesipbaev) 아스타나모터스 대표가 현장 실사를 위해 직접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어 조만간 공식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아스타나모터스는 현대차 카자흐스탄 파트너사다. 지난 1992년부터 자동차 판매 및 유지서비스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현대트랜스알마티 상용차 공장과 현대트랜스 카자흐스탄 승용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 GM공장은 현대차가 러시아 생산 확대를 위해 지난 2020년 인수한 곳이다. 연산 10만대 규모를 갖췄다. 당초 현대차는 이곳 공장 내 생산 설비 구축 작업을 토대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과 더해 현지 연간 생산능력을 33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변수가 됐다. '러시아 보이콧' 국제 공조에 따라 서방제재에 동참하면서 지난해 3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3개월 뒤인 6월 GM공장 개선 작업을 올스톱하고 관련 프로젝트를 잠정 중단했다.
업계는 현대차가 아스타나모터스에 GM공장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 장기화 시 매몰 비용과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특히 르노와 닛산, 토요타 등 러시아 시장에서 먼저 발을 뺀 완성차 업체들이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 러시아 국영 자동차연구개발센터(NAMI)에 현지 자산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스타나모터스에 매각하는 편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지난해 말 공장 장기간 폐쇄에 따른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현지 공장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일단 버티기 전략을 선택한 만큼 현지 공장 2곳을 유지하기에는 버거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현대차 러시아 생산법인(HMMR)은 지난해 12월 성명을 통해 올해 1월 23일부터 2월 17일까지 4주간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직원 대상 최대 80% 인력 감축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현대차는 GM공장에서 다목적차량(MPV) 모델 '스타리아'를 시작으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투싼'과 대형 SUV 모델 '팰리세이드'를 생산하기 위한 대대적인 정비를 추진했었다"며 "프로젝트가 잠정 중단된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공장 매각도 점쳐진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아스타나모터스와 오래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각 이후 러시아 시장 재진입 시 적극적인 소통이 가능해 다양한 생산 전략을 수립하기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