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선포' 삼성전자, 커지는 재고 리스크…美텍사스 창고 임대

TV 재고 소진 총력…2분기 연속 생산률 조정
3고 현상에 비상경영체제 전환…비용 절감 나서

[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급증하고 있는 TV와 가전 등 세트 제품의 재고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관련 사업부문은 전례 없는 위기 상황 속 긴축경영을 공식화하며 곳간 문을 잠갔다. 

 

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미국법인은 최근 현지 부동산개발업체 '반트러스트(VanTrust)'로부터 텍사스주 포스워트 소재 67만941 평방피트(6만2332㎡) 규모 창고용 건물을 임대했다. TV 창고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기존에도 텍사스주 내 TV, 가전, 모바일 기기용 물류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눈여겨 볼 지점은 재고 소진 적기로 여겨지는 북미 최대 성수기인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직후에 창고를 넓힌 것이다. 시장이 얼어붙으며 생산된 물량을 모두 소화할 수 없는데다 기존 재고까지 떠안게되자 추가 공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재고 급증은 기업들이 가장 눈여겨 보며 경계하는 지표 중 하나다. 투자는 물론 일반적인 경영 활동까지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기업들의 손발을 꽁꽁 묶어 사업 전반을 위축시킨다.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조치를 취한 것도 재고 부담 완화를 위한 생산률 조정이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작년과 달리 TV 수요가 갑작스레 둔화하자 경기침체의 징후로 여긴 것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TV·모니터 등 영상기기 생산라인 가동률 75.4%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7%p 하락한 수치다. 2분기(74.4%) 역시 전년 대비 3.3%p 감소해 2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생산량으로 보면 3분기 3129만9000대로 전년 동기 4045만4000대와 견줘 22.6% 줄었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재고자산 총액은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어섰다. 3분기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가전·IT·모바일 사업을 맡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의 3분기 재고자산은 27조974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22조원) 대비 5조원 가량 늘었다. 

 

DX부문은 결국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공식화하고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돌입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3고(高)' 현상을 버티지 못하고 경비 절감에 나선 것이다. 

 

우선 해외 출장을 화상회의 등으로 대체해 규모를 절반 이상 축소한다. 사무용품 등 소모품비도 올해보다 50% 절감한다. 경영 전략 수립시 시장조사기관이나 컨설팅회사 자료도 사용을 자제하라는 가이드라인도 내놨다. 

 

삼성전자는 통상 대면 진행했던 글로벌전략회의도 온·오프라인으로 병행한다. 글로벌전략회의는 국내외 임원들이 매년 6월과 12월 한 자리에 모여 사업 부문별 현황을 점검하고 내년 한 해 사업 계획과 신성장 동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중요한 행사다. 지난 6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 개최했지만 항공료 등 부대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부 비대면회의 방침을 이어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5일부터 사업부문별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DX부문은 오는 15~16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22일께 회의를 할 예정이다.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각각 회의를 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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