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기아가 상반기 독일 자동차 시장에서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친환경차 비중이 3분의 1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하반기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불거진 디젤 게이트 논란이 장애물로 지적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상반기 독일 시장에서 3만6366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18.7% 증가한 수치로 지난 1993년 독일 진출 이후 29년 만에 거둔 최대 성과다. 시장 점유율은 전년(2.5%)보다 0.44%포인트 증가한 2.9%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 눈에 띈다. 상반기 판매량의 33.8%를 차지했다. 토마스 쥬렌(Thomas Djuren) 독일판매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독일 내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지속가능 모빌리티 리더가 되겠다는 브랜드 목표가 실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로고 변경 등을 통한 브랜드 혁신과 첫 브랜드 전용 전기차 모델 'EV6' 앞세운 전동화 전략이 성과를 나타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독일 시장이 유럽 자동차 바로미터인 만큼 유럽 시장에서 기아의 입지를 가늠할 수 있는 결과로도 해석하고 있다.
기아는 전동화 전략을 토대로 현지 시장 입지를 지속해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최근 불거진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 연루 의혹이 기아의 상승세를 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실 여부를 떠나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지 검찰은 현대차와 기아가 독일의 글로벌 부품업체 보르크바르너그룹 산하 보쉬와 델파이로부터 불법 배기가스 조작 장치를 공급받아, 디젤차 21만대에 부착해 판매했다고 보고 있다. 해당 장치를 장착한 디젤차량은 일상에서 수시로 가동이 크게 축소되거나 꺼져 허가된 양 이상의 산화질소를 배출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신뢰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현지 수사 진행 경과에 따른 적절한 대응안을 수립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독일 경찰은 지난달 28일 현대차·기아 독일·룩셈부르크 사무실 8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유럽사법협력기구(Eurojust·유로저스트)와 함께 독일 헤센주, 프랑크푸르트, 룩셈부르크 수사당국의 인력 140여명을 투입했다. 현지 검찰은 같은 달 30일 성명을 통해 현대차·기아 유럽 사업장 압수수색 과정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통신 데이터 △컴퓨터 프로그램 △계획 문서 등 다양한 증거를 찾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