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원전 투자 기지개…韓 '바탄·SMR' 수주 기대감

두테르테 대통령, 원전 사업 재개 행정명령 승인
원전 사업 예비타당성 연구 추진…한수원, 필리핀 진출 전망

 

[더구루=오소영 기자] 필리핀 정부가 원전 사업을 다시 시작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관심을 보이는 바탄 원전부터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까지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며 국내 원전 업계의 수주가 기대된다.

 

16일 코트라 마닐라무역관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원전 사업 재개를 승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서명은 17개 기관으로 구성된 원자력 프로그램 기관 간 위원회(NEP-IAC)의 권고로 이뤄졌다. 필리핀 정부는 2020년 NEP-IAC를 꾸리고 원전 투자를 살펴왔다. 고질적인 전력난과 높은 전력 수요, 기후변화 대응을 고려할 때 원전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돼서다.

 

필리핀은 석탄화력 발전소의 잦은 고장으로 정전이 자주 발생했다. 현지 매체들은 내달 9일 대선 직후인 16~23일 북부 루존 지역에서 순환 정전이 있을 가능성을 보도했었다.

 

공급은 불안정한데 수요는 증가 추세다. 필리핀 에너지부(DOE)는 올해 최대 전력 수요가 1만2387㎿로 지난해(1만1640㎿) 대비 747㎿ 늘어난다고 예상했다.

 

석탄화력 발전의 중심인 전력 생산 구조도 필리핀 에너지 정책의 쟁점이었다. 필리핀은 전체 전력 설비 용량이 26.3GW로 석탄화력 발전이 42%를 차지한다. 석탄화력 발전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흐름과 배치된다. 결국 DOE는 2020년 10월 27일 신규 석탄화력 발전소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석탄화력 발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원전이 부상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NEP-IAC의 권고 의견을 수용하면서 원전 투자에 탄력이 붙었다. NEP-IAC는 원전 필요성과 실행 가능성에 대한 예비타당성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원전 기반 시설을 평가·검토한다. 원전 프로그램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법·규제를 마련할 수 있는 권한도 확보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서명으로 바탄 원전 사업을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탄 원전은 1973년 마르코스 대통령 집권 당시 추진됐다. 필리핀 마닐라 서쪽 바탄주에 2기를 건설하기로 하고 1976년 약 4억6000만 달러(약 5640억원)를 투입해 가압 경수형 원전을 착공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에서 사업을 맡아 완공 직전까지 갔지만 1984년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마르코스 정권의 몰락 여파로 사업이 무산됐지만 현재 정부가 원전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며 재추진이 유력하다.

 

업계는 원전 투자가 본격화되며 국내 원전 업계가 필리핀에 진출할 기회를 얻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수원은 바탄 원전의 예비타당성 조사에 참여했었다. SMR 사업 수주도 기대된다. 두테르테 정부는 한국, 미국, 러시아와 SMR 구축을 협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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