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러시아 떠나면 中 무대"…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탈 러시아' 셈법?

"사태 장기화 시 중국 업체 의존도 높아질 것"
"다만 품질 문제로 지속력 그닥…일시적 현상"

 

[더구루=윤진웅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자동차 산업이 크게 흔들리면서 현지 진출 완성차 브랜드의 셈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러시아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중국이 독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완성차 브랜드 '탈 러시아' 확대

 

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러시아 사업 중단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와 아우디의 러시아 수출 중단을 시작으로 BMW·메르세데스-벤츠·시트로앵 등도 가세했다. 이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볼보, 폭스바겐이 러시아 판매 중단을 결정했고 후발 주자로 일본 마쓰다와 혼다, 포드도 뜻을 함께 했다.

 

여기에 상용차 업체들도 가세했다. 다임러 트럭은 러시아 최대 중장비 제조업체 '카마즈'(KamAZ)와의 협업을 중단했다. 카마즈가 러시아 군용 장비를 생산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스웨덴 상용차업체 '스카니아'(Scania) 역시 러시아 수출 예정였던 트럭 물량을 대기 상태로 전환했다.

 

이들 업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잠재적인 위험을 고려,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러시아 시장에 공급을 끊기로 했다. 향후 유럽연합과 미국이 부과한 제재 결과가 명확해지면 재공급을 검토할 예정이지만 먼저 사태 장기화를 대비한 출구 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장기화되면 중국 브랜드 독주"

 

기존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러시아 공백 장기화는 중국의 호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합병 당시 서방제재로 자급자족을 선언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한데 따른 해석이다.

 

올레그 모이세예프(Олег Моисеев) 러시아 자동차 마케팅 전문가는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Kommersant)를 통해 "중국의 경우 러시아 경제 제재에 대해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데다 자국 자동차 업체들의 현지 시장 점유율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며 "끝까지 러시아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 업체가 러시아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라며 "다만 현재 진행 상황을 고려하면 사태가 일찍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려가 현실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시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더라도 중국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긴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시적으로 중국 업체가 러시아 시장에서 강세를 나타낼 순 있으나 공산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퀄리티는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품질을 따라가기 힘든 수준"이라며 "중국차의 기술 경쟁력이 발전하지 않고서는 시장 장악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를 유럽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삼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사태에 따른 대응 방침을 아직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러시아 시장 축소를 고려해 러시아행 차량용 반도체 칩을 인도공장으로 돌린 정도다. <본보 2022년 3월 8일 참고 [단독] 현대차·기아, '러시아행' 반도체 칩 인도로 돌려…러시아공장 가동 불투명>

 

다만 현대차그룹 이상으로 러시아를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는 현지 자동차 판매 1위 '라다' 대주주인 르노가 보이콧에 적극 참여했다는 점에서 조만간 동참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르노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의 생산공장을 폐쇄하는 데 이어 오는 4월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본 뒤 장기화가 될 것으로 판단되면 반도체 칩 등 차량용 부품 공급을 지역별 재조정하기로 했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달 24일 발간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산업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22.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르노 그룹(라다·33.8%)에 이어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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