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세상에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기업들이 있다. 상장사 못지 않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나 주식 시장에 상장되지 않아 알려지지 않은 '비상장사들'이 그들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를 재벌 개혁의 핵심 과제로 다루며 비상장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시장의 견제가 없어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의 곳간을 채우는데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매일뉴스는 총 6회에 거쳐 비상장사 계열사를 내세운 내부거래로 한해 수십조원을 벌어들인 재벌 이상한(?) 행보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SK 등 4대 그룹의 비상장사가 지난 10년간 3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사업과 무관한 비제조업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이들 기업들은 비상장사가 규제가 적고 감시가 덜 작동하는 점을 이용해 내부거래로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38%를 내부거래를 통해 거뒀다.
◇ LG 비상장사 증가율 '1등'
15일 매일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공개된 4대 그룹 계열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8~2018년 사이 전체 계열사 수는 58개 늘었다. 비상장사 수는 같은 기간 182개에서 239개로 57개가 증가했다.
4대 그룹 중에선 LG가 비상장사 비중이 가장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의 계열사는 10년간 17개 증가했는데 비상장사는 18개가 추가됐다.
이어 SK와 현대차가 전체 계열사에서 비상장사 비중이 약 3% 이상 뛰었다. 삼성전자는 10년 간 비상장사 비중이 약 2% 증가하며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적었다.
4대 그룹은 공통적으로 비제조업에 집중했다. 작년 기준 비상장사 239개 중 핵심 사업과 무관한 비제조업은 174개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46개 비상장사 가운데 비제조업 업체가 무려 38곳이었다.
삼성전자에 이어 LG, 현대차, SK 순으로 비제조업 비중이 높았다. LG는 전자 57개 비상장사 중 73%를 차지하는 42개가 비제조업이었다. 현대차와 SK는 비제조업 비중이 각각 69.7%와 68.8%에 달했다.
◇ 서비스업 가장 많아
4대 그룹은 사업시설 관리와 광고, 경영컨설팅 등 서비스업 관련 업종에 중점을 두고 비상장사를 늘려왔다.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비상장사는 49개(28.1%)로 비제조업 중 가장 많았다. 도·소매업(19개), 금융 및 보험(19개), 부동산업(18개) 또한 4대 그룹이 선호하는 업종으로 나타났다.
기업별로 선호하는 업종은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금융 및 보험업이 13개로 비상장사 중 가장 많았다. 현대차는 비제조업 비상장사 중 부동산업(6개)이 가장 많았다. 주력 업종인 자동차 관련 비상장사(7개)와 비교해 봐도 차이가 크지 않았다.
LG는 서비스업 관련 비상장사가 18개에 달했다. SK는 서비스업(19곳)과 부동산업(10곳)을 골고루 선호했다.
◇ 매출 38% '내부거래'
기업들이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비상장사를 늘리는 배경은 내부거래를 통한 수익 창출에 있다.
비상장사는 상장사보다 감시가 느슨하다. 더욱이 사업 지원이나 전문 과학기술 등 서비스업은 수직계열화를 통한 내부거래가 용이한 업종이다. 주력 제조업만으로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제조업을 비상장사로 둠으로써 감시와 규제의 눈을 피해 기업들이 곳간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실제 4대 그룹 비상장사는 지난해 166조90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38.6%에 해당하는 64조5690억원이 내부거래에서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에서도 상장사 보다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가 지난해 발표한 ‘2018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작년 5월 기준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9.7%로 상장사(8.1%)보다 높았다.
또 사업 지원 서비스업(49.6%), 전문 과학기술 서비스업(47.6%) 등 서비스업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1, 2위 업종으로 뽑혔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본부 국장은 "비상장사는 상장사보다 총수 일가 등 내부 지분율이 높아 결과적으로 비상장사의 가치가 커질수록 총수 일가의 이익이 불어나게 된다"며 "투명성을 높이고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