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세상에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기업들이 있다. 상장사 못지 않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나 주식 시장에 상장되지 않아 알려지지 않은 '비상장사들'이 그들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를 재벌 개혁의 핵심 과제로 다루며 비상장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시장의 견제가 없어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의 곳간을 채우는데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매일뉴스는 총 6회에 거쳐 비상장사 계열사를 내세운 내부거래로 한해 수십조원을 벌어들인 재벌 이상한(?) 행보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현대자동차는 비상장사 절반 이상이 지난 3년 사이 내부거래가 급등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국내 4대 그룹 중 내부거래가 증가한 비상장사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 계열사 수도 '톱'이었다. 이들 '총수 지분 비상장사' 대부분은 현대차그룹의 주력 업종인 자동차와 무관한 비제조업이었다. 특히 경영 승계가 예상되는 정의선 현대차 총괄 수석부회장이 지분을 확보한 비상장사를 중심으로 내부거래가 쏠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 판매 '주춤'…내부거래 '쑥쑥'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비상장사 가운데 지난 2015~2017년 내부거래액이 공개된 곳은 30개사였다. 이들 가운데 지난 3년 동안 내부거래가 증가한 비상장사는 16개사로 절반이 넘는 53.3%를 차지했다.
이는 삼성과 LG, SK에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삼성은 내부거래액이 공개된 비상장사 35개사 중 내부거래가 증가한 곳은 17개사로 48.5%였다. LG와 SK의 경우 각각 52.5%와 35.8%였다.
현대차는 자동차 관련 제조업으로 7개의 비상장사를 보유했는데 위아마그나파워트레인을 제외하고 6개사가 내부거래 금액이 확대됐다.
엔진용 부품을 제작하는 현대케피코는 내부거래 비중이 2015년 64.9%에서 2017년 75.5%로 올랐다. 구체적으로 배터리 팩 제조사인 에이치엘그린파워와의 내부거래액이 95억원에서 31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현대모비스와의 내부거래액도 76% 이상 증가한 1219억원이었다.
나머지 5개사의 내부거래 상승폭은 1~2%포인트 수준이었으나 내부거래율은 압도적이다. 현대다이모스와 현대위아터보는 2017년 기준 각각 매출 2조786억원(76.9%)과 375억원(100%)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현대엠시트의 내부거래율은 99.9%이며, 현대파텍스 95.7%에 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내부거래율이 늘어난 기간 동안 자동차 판매량은 거꾸로 줄었다. 지난 2015년 496만3023대를 기록했던 현대차 글로벌 판매는 2017년 450만6527대로 '뚝' 떨어졌다.
자동차 판매 확대와 무관하게 내부거래가 증가했다는 것. 이에 따라 주력 업종인 자동차업으로 수익을 올리지 못하자 이를 내부거래를 통해 만회하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2015~2017년 현대차 매출은 4.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8% 감소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본부 국장은 "비상장사는 상장사보다 공시 의무가 적어 불투명한 경영에 악용될 수 있다"며 "이를 이용해 계열사끼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이익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지분 비상장사, 내부거래 비중 ↑
현대차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 수는 모두 6곳으로 4대 그룹 중 가장 많았다. 이들 기업은 대체로 주력 업종인 자동차와는 무관했다.
특히 정 부회장이 지분을 가진 비상장사들은 2015~2017년 내부거래가 늘었다. 올해 상장된 현대오토에버는 비상장 당시 내부거래 비중이 81.7%에서 87.0%로 5.3%포인트 증가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같은 기간 1.5%포인트 올랐다.
다만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와 정명이 부문장이 각각 3.87% 지분을 확보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31.6%에서 27.7%로 줄었다.
여신금융업인 현대커머셜은 정 회장의 딸인 정명이 현대카드 부문장과 정태영 부회장이 각각 33.33%와 16.67%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내부거래 비중은 예년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