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매운맛도 힙한 K콘텐츠"…도쿄서 후지산까지 '신라면로드' 넓혔다

'신라면분식', 日 10~30대 유입 확대…체험형 공간으로 자리매김
'후지큐 하이랜드'서 신라면 캐릭터·한정 메뉴 결합에 방문객 반응↑
'먹는 라면' 넘어 '경험 콘텐츠'로…체험형 마케팅으로 브랜드 접점 확장

 

[도쿄·야마나시(일본)=진유진 기자] "일본 라멘과는 결이 다른 매운맛을 내 취향대로 조리하고, 그 과정을 SNS에 공유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놀이'가 됐어요."

 

'일본 패션의 성지' 도쿄 하라주쿠와 '절규 머신의 성지' 후지큐 하이랜드. 일본의 트렌드와 레저를 상징하는 이 두 거점이 거대한 '신라면 레드'로 물들고 있다. 농심은 라면을 '끼니를 때우는 식품'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콘텐츠'로 격상시켰다. 하라주쿠 '신라면분식'이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커스터마이징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면, 후지큐 하이랜드는 극한의 스릴과 매운맛을 결합해 브랜드 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 내 맘대로 끓여 먹는 신라면에 빠지다

 

지난 15일 찾은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 평일임에도 발 디딜 틈 없는 인파 속에서 유독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곳은 신라면분식 팝업스토어였다. 지난해 6월 개장 직후 사흘간 3000명을 불러모으며 돌풍을 일으킨 이곳은, 이제 월평균 1만여 명이 찾는 'K-컬처 베이스캠프'로 완전히 뿌리 내린 모습이었다.

 

신라면분식은 농심이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농심의 다양한 라면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페루 마추픽추를 시작으로 일본 도쿄 하라주쿠, 베트남 호찌민, 미국 뉴욕 JFK공항 등 총 네 곳에서 운영 중이다.

 

 

매장 내부로 들어서자 컵라면 용기를 형상화한 유니크한 테이블과 강렬한 레드 인테리어가 시선을 압도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한국 편의점 문화를 그대로 옮겨온 '한강라면' 조리기였다. 방문객들은 키오스크에서 라면과 토핑을 고른 뒤, 직접 기계를 조작하며 '나만의 신라면'을 창조하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중학생 유리카(14) 양은 "신라면을 좋아해 벌써 두 번째 방문"이라며 "일본 라멘에는 없는 깔끔한 매운맛도 좋지만, 직접 토핑을 넣어 끓여 먹는 경험이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핫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아야카(14) 양은 "틱톡에서 신라면분식을 자주 봤다"며 "치즈랑 계란을 넣어 먹으니 더 맛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후쿠오카에서 온 단노 유미(25) 씨 역시 "K-팝 그룹 트와이스를 좋아해 한국 음식을 접하게 됐는데, 이제는 신라면의 중독적인 매운맛 그 자체의 팬이 됐다"고 전했다.

 

이들이 공통으로 꼽은 차별점은 매운맛이다. 일본 라멘과 비교해 "건더기와 맛이 풍부하고, 매운맛이 확실히 차별화된다"는 반응이다. 매운 정도에 대해서도 "딱 기분 좋게 매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붉은 색감과 분식 콘셉트로 꾸며진 공간은 자연스럽게 사진 촬영을 유도한다. 실제 방문객 대부분은 10~30대 여성으로, 매장 곳곳에서 셀카 촬영이 이어졌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공간이 아닌,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 전략이 보수적인 일본 소비자의 지갑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열게 한 셈이다. 외국인 관광객 비중도 적지 않았다. 하라주쿠라는 입지와 맞물려 K-라면 체험 공간이라는 하나의 관광 코스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 후지산 정기 아래 울려 퍼지는 비명과 '매운맛'의 조화

 

이튿날인 16일, 도쿄에서 차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야마나시현 후지큐 하이랜드. 이곳은 롤러코스터나 공포 체험을 선호하는 10~30대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으며, 연간 방문객이 약 200만 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후지산 북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어 거대하게 솟은 후지산과 세계적인 수준의 롤러코스터가 뿜어내는 비명 사이로 신라면 팻말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농심이 이곳을 팝업 장소로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극한의 공포 뒤에 오는 카타르시스를 신라면의 강렬한 매운맛과 연결하겠다는 경험 전략이다.

 

테마파크 중심부에 위치한 푸드 스타디움은 농심의 깃발과 포스터, 컵라면 오브제로 도배돼 흡사 '신라면 테마존'을 방불케 했다. 매장 앞 포토존에서는 신라면 캐릭터 '신(SHIN)'이 방문객들과 사진을 찍으며 친근감을 쌓고 있었다.

 

농심이 다음 달까지 운영하는 이곳의 백미는 현지 입맛을 고려해 개발된 3종의 협업 메뉴였다.

 

기자가 직접 맛본 탄탄면풍 신라면은 일본 현지화 메뉴임에도 혀끝을 찌르는 타격감이 상당했다. 매운맛에 유독 엄격했던 일본 시장의 역치가 신라면을 통해 서서히 높아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부드러운 맛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신라면 툼바와 해산물 풍미가 가득한 너구리 순한맛 역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으로 높은 만족도를 선사했다.

 

 

◇ 포화 상태 日 라면 시장, '먹는' 제품에서 '즐기는' 문화로

 

일본 라면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 그 자체다. 닛신 등 현지 거대 기업들이 구축한 난공불락의 성벽 안에서 해외 브랜드가 생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농심은 단순히 마트 진열대 점유율을 높이는 대신,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영리한 전략을 택했다. 트렌드의 발신지인 하라주쿠와 대형 랜드마크인 후지큐 하이랜드를 동시에 공략한 것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접점을 확보하고, 일본 내 신라면의 인지도를 정서적 유대감으로 바꾸기 위한 포석이다. 이는 신라면을 단순 수입 식품이 아닌 독자적인 K-라면 브랜드 영역으로 격상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라주쿠 거리와 후지산 기슭의 테마파크는 공간적 성격이 다르지만, 라면을 즐기고 공유하는 콘텐츠로 확장했다는 공통분모를 지닌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일본 중학생 소녀들이 "SNS에 올리기 너무 예쁜 곳"이라며 셀카를 찍던 모습은 신라면이 이제 일본 젊은 층에게 한 끼 식사를 넘어 하나의 놀이 문화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농심 고유의 매운맛에 '인스타그래머블'한 감각을 덧입힌 두 체험형 공간은 일본 내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농심은 이를 발판 삼아 주요 관광지와 랜드마크로 협업 거점을 확대하며, 일본 열도 전역에 신라면의 브랜드 가치를 깊숙이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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