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쏘아올린 준법감시위]①'GE처럼' 삼성 준법감시委, 그룹 내 '야당'

- 美 GE 준법감시제 '법 위반 발생 CEO 책임 사항 전환'
- 전문가 "준법위, 기존 감시 장치와 달라야"

[더구루=오소영 기자]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든다. 이미 진보 성향의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외부인사 6명과 내부인사 1명 등을 골자로 한 인적 구성안도 나왔다. 삼성이 준법경영을 뿌리내리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을 겨냥한 '일회성 이벤트'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이 쏘아올린 준법위'를 제목으로 △삼성 준법委, 그룹내 야당 △이재용式 '경영쇄신 or 방패막' △재계 영향 불가피 등 3회에 거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삼성이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숙제에 대한 답으로 준법감시위원회를 꾸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해 여러 재판으로 인한 부정적인 여론을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다.


관건은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컴플라이언스팀 등 기존 제도와 다르게 운영하며 실질적인 권한을 확보하느냐다. 미국 기업을 참고하라는 재판부의 주문에 따라 제너럴일렉트로닉스(GE)의 사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재판부 주문·재판리스크 무시 못 해

 

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첫 공판에서 "삼성그룹 내부에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하고 있었다면 이 사건 같은 범죄는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을 참고해달라"고 밝혔다. 지난달 3차 공판에서는 "다음 재판 기일(1월 17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의 거듭되는 주문과 함께 사회적인 분위기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전자 등 여러 계열사가 재판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관련 재판에서는 삼성 부사장급 인사 3명이 각각 1년6개월~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삼성 2인자'로 불리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 26명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여러 사건에 휘말리며 대외적인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부가 내준 과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이번 위원회 신설을 결정한 것이다.

 

◇준법위, 기존 감시 장치와 달라야

 

문제는 기존 감시 제도들과의 차별화다. 삼성전자는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사회 산하에는 6개의 소위원회가 있다. △경영 사안을 논의하는 경영위원회 △재무 등 업무 전반을 감사하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 후보 역량을 검증하는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공정거래 준수 여부를 살피는 내부거래위원회 △이사 보수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상위원회 △기업의 주주 환원 정책과 사회적 책임 관련 사안을 검토하는 거버넌스위원회 등이다.

 

삼성은 지난 2011년 컴플라이언스팀(준법감시팀)도 신설했다. 현재 김영수 준법지원인(전무 대우)이 이끌고 있으며 지난해 9월 말 현재 직원 53명이 근무하고 있다.

 

기존 장치의 한계는 분명했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2019년 1~9월에 걸쳐 이사회에서 논의된 안건 총 91건은 모두 통과됐다. 소위원회의에서 협의된 모든 사안은 찬·반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공개된 모든 안건은 가결로 처리됐다. 이사회와 소위원회가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준법경영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컴플라이언스팀은 법무실 하부 조직으로 운영돼 완전히 독립적인 조직이 아니다. 점검 분야도 국한돼 있다. 지난해 1~9월 총 16건을 점검했는데 이는 대부분 영업비밀이나 기술 유출, 공정거래, 지식재산권 등에 관한 사안이었다.

 

◇삼성 'GE'에서 배운다

 

삼성이 신설하는 준법감시위원회는 기존 장치보다 더욱 실효적인 권한을 확보할 것으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재판부가 모범 사례로 제시한 미국 대기업들의 준법감시제도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은 연방 양형기준 8장에 따라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방 양형기준 8장은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를 갖춘 기업이 범죄에 연루될 경우 감형해주는 것이 핵심 골자다.

 

대표적으로 GE의 사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5년 내놓은 미국 준법감시제도 설명자료에도 언급되며 모범 케이스로 꼽힌다. GE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로 독자적으로 운영해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컴플라이언스 정책·평가위원회(PCRB)와 컴플라이언스 기능별 상위 책임자들이 참여하는 검토위원회(CRB)로 나뉘어 운영된다.

 

법 위반 사안이 발생하면 CEO 책임 사항으로 귀속시켜 해당 안건을 직접 챙기도록 하고 있다. 매년 본사에 감사팀을 파견하고 3개월 단위로 계열사 감사를 실시한다. 중요 계약 사안 또한 위원회의 검토를 거치도록 해 강도 높은 권한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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