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길소연 기자] 전 세계 에너지 수요가 회복되면서 올해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건조가가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재로 미국과 중동에서 원유와 석유제품을 수입하는 장거리 운송이 늘면서 VLCC의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일 선박가치평가기관인 베셀즈밸류(VesselsValue)에 따르면 올해 세계 조선소들의 VLCC 수주잔량 12척이다. 이 물량을 한국, 중국, 일본이 나눠서 건조한다. 국가별 비중은 중국 50%, 한국 33%, 일본 17% 등이다.
VLCC는 20만~32만t의 원유를 운반할 수 있는 초대형 선박이다. 원유의 수송이 장거리일수록 한꺼번에 많은 양을 실어 나르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에 적재용량이 큰 유조선이 선호되고 있다.
VLCC 선가도 상승세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전통적인 연료 추진 방식의 32만DWT급 VLCC의 최근 시장가격은 1억2600만 달러(약 130억원) 수준이다. 올해 들어 유조선 시황이 호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선박가격은 지난해 말 대비 600만 달러 올랐다. 이는 2009년 8월 이후 최고점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국이 기술력을 앞세워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건조한다면 중국은 낮은 수준의 선가를 제시하며 선주들의 발주를 유도하고 있다. 전통적인 연료 추진 방식의 VLCC에 대해 중국은 1억1500만 달러를 제시하는 반면 한국 조선업계는 이보다 1000만 달러 높게 책정한다. LNG 이중연료 추진 VLCC의 경우 1억5000만 달러를 제시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리스 선사인 '다이나콤 탱커스 매니지먼트(Dynacom Tankers Management)'와 '캐피탈마리타임(Capital Maritime& Trading)'은 각각 4척의 VLCC 발주를 위해 중국 조선소와 논의 중이다.
다이나콤은 중국 뉴타임즈쉬핑(New Times Shipbuilding)에도 VLCC 2척을 2026년 인도 조건으로 발주했다. 선가는 1억 1287만 달러로 산정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글로벌 유류 운송 노선이 길어졌다"며 "유럽연합(EU)이 주요 원유 수출국이었던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걸프 지역, 중동에서 원유 수입을 늘리며 VLCC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