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려? 말어? 셈법 복잡해진 오비맥주, 모회사 순이익 뒷걸음질

수익성 악화·원자재값 상승·주류세 인상 '삼중고'
오비맥주 "당분간 가격동결…소비자 부담 최소화"

 

[더구루=김형수 기자] 오비맥주가 가격 인상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오비맥주 모기업 AB인베브의 아시아법인 버드와이저APAC의 실적 악화, 원자재값 상승, 주세 인상 등에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문제는 역풍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할 때 얼마나 충성 고객을 확보했는지 여부와 시장 상황을 점검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오비맥주가 올해 상반기 내에 가격 인상을 시행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버드와이저APAC 실적이 뒷걸음질치고 있어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버드와이저APAC가 지난해 4분기 올린 매출은 11억6500만달러(약 1조53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총이익(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금액)은 12.6% 줄어든 5억3400만달러(약 7010억원)를 기록했다. 

 

버드와이저APAC는 한국과 인도 시장에서는 선전했으나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강력한 제한조치를 시행한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유흥업소와 레스토랑이 문을 닫은 데다 유동인구도 줄어들면서 영업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는 설명이다. 

 

업황 불황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원자재 가격은 올라 부담은 커졌다. 맥주 주요 원자재로 꼽히는 수입 맥아 가격은 지난 3분기 기준 kg당 983.9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6% 올랐다. 같은 기간 수입 호프값은 70.54% 급증한 3만3339.73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국내의 경우 다음달 맥주 주세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다. 가격 인상 압박이 더 커진 셈이다. 종량세율 조정에 따라 맥주에 붙는 주세는 ℓ당 855.2원에서 885.7원으로 30.5원 오를 예정이다. 해당 종량세율은 다음달 1일부터 내년 3월31일까지 적용된다. 

 

손싱을 무한정 감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가격 인상은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다만 오비맥주는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등 경제 상황이 어려운 점을 반영해서 당분간은 세금 인상 등에 따른 부담을 감내하며 가격 인상을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가격 인상 요인이 다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음달 주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7일 하이트진로도 소주 가격 인상 논란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 "가격인상 요인은 존재하지만, 쉽지 않은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당분간 소주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등 "당분간 제품가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란 공식 입장을 내놓으면서 '6000원 소·맥주 논란'은 당분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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