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기회' 삼성전자, 설비투자 규모 유지…3나노 2세대 수요 기대감

반도체 작년 4분기 영업이익 97% 급감
실적 하락에도 인위적 감산 없어…中 시안 공장, 신중히 검토해야
3나노 2세대 2024년 양산…모바일 HPC 고객 관심

 

[더구루=오소영 기자]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고수한다. 장기적인 수요를 고려해 설비 투자를 단행하고 미래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내년 양산 예정이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2세대 공정에 고객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수주 확대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재준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은 31일 열린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반도체 감산 여부에 대한 질문에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겠다"며 "올해 캐팩스(CAPEX·설비투자)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이는 반도체 업계의 행보와 대조적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시장의 불황으로 반도체 회사들은 설비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50%, 미국 마이크론은 30% 이상 설비 투자를 줄이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상황은 좋지 않다. 고객사 재고 조정이 이어지고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며 DS 부문은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27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97% 급감해 2012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울한 성적표와 별개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삼성전자는 판단했다. 김 부사장은 시황 약세를 "미래를 철저히 준비하기 좋은 기회"라고 평가하며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서 필수 클린룸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자연적인 감산 가능성은 부인하지 않았다. 김 부사장은 "최고의 품질 라인과 운영 최적화를 위해 유지·보수와 설비 재배치를 진행하고 미래 선단노드로의 전환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시안 반도체의 이슈도 화두에 올랐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가 강화되면서 시안 공장의 운영 계획에도 차질이 우려돼서다. 김 부사장은 "시안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소요됐고 많은 투자가 이뤄진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중장기 시장과 글로벌 거래선 수요, 경제성, 수익성 등 다방면으로 검토해 최적의 고객 대응을 한다는 원칙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독자 개발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 'MBC(Multi Bridge Channel)-FET'을 앞세워 수주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MBC-FET은 핀펫(Fin-FET) 공정과 비교해 성능이 좋고 전력 소모가 적으며 설계적 유연성을 갖췄다. 정기봉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세계 최초로 3나노 1세대 공정에서 MBC-FET을 적용했으며 2세대 공정도 2024년 예정대로 양산할 예정이다"라며 "다수의 모바일 고성능컴퓨팅(HPC) 고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의 건설 현황에 대해서는 "2024년 하반기에 4나노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70조4646억원, 영업이익이 4조306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97%, 68.95% 감소한 수치다. 연간 매출액은 전년보다 8.98% 증가한 302조2314억원, 영업이익은 15.99% 떨어진 43조4766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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