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독일 전기차 판매량이 세 자릿수의 증가를 보이며 한국과 유럽 등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23일 코트라(KOTRA) 프랑크푸르트무역관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청은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을 19만4163대로 집계했다. 전년 6만3281대 대비 206.8% 증가했다.
전기차 판매량이 늘며 한국의 대(對)독일 전기차 수출도 2019년 43.5%에서 92.1%로 늘었다. 완성차 공장이 대부분 해외에 위치한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라고 코트라는 분석했다. 축전지 수출은 작년보다 7% 뛰어 의약품에 이어 상위 2위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독일 시장이 커지며 유럽은 해외 의존도 줄이기에 매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9년 12월 배터리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 32억 유로(약 4조2700억원)를 쏟겠다고 발표했었다.
독일 보쉬는 2025년 전고체 배터리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나섰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폭발이나 화재 위험성이 없다. 부피를 감량하고 고용량으로 제조할 수 있어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차세대 제품 개발에 나서며 대응하고 있다. 삼성SDI는 수년 전부터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진행했다. 작년 초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항속거리 800km에 이르는 고에너지 밀도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선보였었다.
SK이노베이션은 금속 소재를 음극재로 활용한 리튬-메탈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 배터리 팩의 무게를 줄인 경량 소재, 고용량과 급속 충전이 가능한 실리콘계 음극재, 양극재와 음극재 내 전자 이동을 촉진시키는 CNT 도전재 등 신소재 개발에도 투자 중이다.
프랑크푸르트 무역관은 "기존 배터리 대비 기술 차별화가 향후 시장의 판도를 판가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술 차별화와 기존 기술 대비 효과를 입증해야 시장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U의 배터리 규제도 변수로 집었다. EU는 환경 친화적인 배터리 양산을 중시하고 있다. EU 환경담당 집행위원인 싱크비치오는 독일 매체인 웰트(Welt)와의 인터뷰에서 "배터리 원자재는 사회적, 환경적으로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확보하고 배터리 생산에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며 배터리가 효율적이고 긴 수명을 갖도록 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10일 책임감 있는 재료 사용, 재활용 소재의 최소 함량 등을 포함한 제안을 발표했다. 이는 보청기용부터 자동차까지 모든 배터리에 적용된다. 재활용 소재를 사용할 시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이다.
EU의 규제에 대응해 독일 바스프는 2022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시범 설비에 투자하기로 했다. 순환 경제 솔루션으로 2030년까지 매출 170억 유로(약 22조7100억원)를 달성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