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루&이슈] 동커볼케 8개월 만에 현대차그룹 사임·복귀한 진짜 이유는

공식적으론 건강 등 일신상 사유…실제론 경영진끼리 갈등
정의선 회장 재영입 추진하며 복귀 결정…"속도보다는 품질"

 

[더구루=김도담 기자] 현대차그룹 디자인 담당 부사장 루크 동커볼케(56)가 지난해 4월 돌연 사임한 게 세간에 알려진 일신상 사유가 아니라 당시 신차 제작 과정을 둘러싼 경영진 갈등 때문으로 알려졌다. 동커볼케가 8개월 만인 같은 해 11월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부사장)로 복귀한 것도 정의선 부회장이 그해 10월 회장에 취임하며 내부 정리를 마치고 재영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동커볼케의 복귀는 단순한 신설 CCO의 영입, 디자인 경영 강화 차원이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신차 개발 의사결정 과정이 '정의선 식'으로 바뀌었음을 뜻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금까지 '현대 속도(現代 速度)'란 말이 나올 정도로 내부적으로 정한 신차 출시 일정에 맞춰 개발을 밀어붙여 왔다. 그러나 정의선 호는 기존 일정을 늦춰서라도 완벽한 품질을 추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5세대 신형 스포티지 개발 둔 갈등 끝에 사임

 

21일 업계에 따르면 루크 동커볼케는 그룹 디자인 부문을 총괄하던 지난해 4월 다른 부문 경영진과의 갈등 끝에 결국 사임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그의 사임 이유로 일신상 사유를 들었다. 또 같은 해 11월 복귀 땐 그가 독일에 가족을 둔 채 홀로 한국에서 일하며 건강이 다소 나빠졌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그가 사임했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기아차 디자인 부문과 현대차그룹 경영진의 견해 차이라는 게 현대차그룹 소식에 밝은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장 첨예한 이슈는 준중형 SUV 스포티지 5세대 신모델 개발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원래 5세대 스포티지(NQ5)를 2020년 출시할 계획이었다. 스포티지는 2010년 3세대 모델(SL) 출시를 시작으로 5년 주기를 유지해 왔다. 4세대(QL)는 2015년 출시했고 자연스레 5세대(NQ5) 출시년도는 2020년이었다. 그러나 기아 디자인 부문과 동커볼케 당시 그룹 디자인 총괄 부사장은 일정을 늦추기 원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이에 반대했고 동커볼케는 결국 이 차이를 좁히지 못하자 사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결국 5세대 스포티지의 실제 출시 시기는 올해로 미뤄졌다. 이미 프로토타입은 지난해 이른 시점부터 실도로 시험 주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의 시험 주행 장면도 스파이샷에 잡혔다. 그러나 실제 출시 시기는 상반기, 빨라야 올 2분기로 잡혔다. 최근 스포티지 판매부진을 고려하면 신모델 투입이 시급하지만 출시를 앞당기기보다는 제품의 완성도를 우선하기로 했다.

 

 

◇'개발 속도보단 완벽 품질' 정의선 회장의 약속에 복귀

 

동커볼케가 8개월만에 CCO로 전격 복귀한 건 한달 전 회장에 취임한 정의선 회장의 약속 때문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동커볼케의 재합류를 권유하며 신차 개발속도나 기존 일정에 연연하지 않고 완벽한 품질의 신차가 나올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커볼케는 결국 정 회장의 취임 한 달 만인 11월 CCO로 전격 복귀했다. CCO는 현대차그룹이 동커볼케의 복귀와 함께 신설한 직책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CCO는 디자인 기반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게 된다. 궁극적으론 브랜드 경쟁력 강화가 목표다.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제네시스와 아이오닉, 수소트럭 같은 그룹 전체 라인업의 디자인 기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게 된다. 필연적으로 대외적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신차 개발 과정에서의 대내 커뮤니케이션에도 관여할 전망이다. 즉, 정 회장이 동커볼케에게 한 '품질 최우선' 약속이 앞으로는 그룹 전체에 적용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동커볼케 CCO는 1990년 푸조 입사를 시작으로 아우디, 폭스바겐, 스코다,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다수 자동차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활동해 온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다. 2015년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으로 합류했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에 이은 현대차그룹의 두 번째 외국 자동차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2018년 부사장에 취임했으며 재직 중이던 4년여 동안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제네시스 G70, G80 등 디자인 개발을 주도했다.

 

동커볼케는 지난해 11월 CCO 취임 후 "창의성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맡아 현대차그룹과 다시 한번 함께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디자인 부문과 협력해 기술적으로 역동적이면서도 고객 지향적인 현대차그룹 브랜드의 디자인 다양성과 풍부함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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