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미국 상원이 니코틴 파우치를 포함한 무허가 담배 제품 단속을 위해 2억 달러(약 2780억원) 규모 예산을 승인했다. 차세대 담배 포트폴리오를 통해 글로벌 시장 확장을 모색하던 KT&G로선 정책 리스크에 대응해 인수·합병(M&A) 전략 재검토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니코틴 파우치는 담배 식물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고체 형태로 만든 비연소 담배다. 잇몸에 파우치를 붙여서 니코틴을 흡수할 수 있다.
18일 미 상원 예산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식품의약국(FDA)에 니코틴 파우치·불법 전자담배 단속 예산으로 2억 달러를 배정한 '2026 회계연도 농업, 농촌 개발, FDA 및 관련 기관 예산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중 200만 달러(약 27억원)는 법무부와 세관, 연방거래위원회(FTC) 등과 함께 구성한 '전자담배 불법 유통·판매 근절 태스크포스(TF)' 운영에 사용된다.
위원회는 "중국산 향 첨가 일회용 전자담배와 니코틴 파우치 제품이 규제를 피해 청소년 보건을 위협하고 있다"며 "FDA는 사전심사를 신속히 완료하고, 기준 미달 제품은 모두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니코틴 파우치에 대한 미국 내 규제가 본격화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비연소 담배 제품 전반으로 규제 강화를 확대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KT&G가 니코틴 파우치 카테고리 확장을 위해 M&A를 검토해 왔다는 점이다. KT&G 지휘봉을 잡은 방경만 사장이 추진하는 첫 M&A로 시장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방 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향후 궐련 중심 사업에서 확장한 '모던 프로덕트(Modern Products)'를 선보여 마켓리더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KT&G는 복수의 글로벌 니코틴 파우치 기업을 인수 후보로 올려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11년 인도네시아 담배 제조사 '트리스탁티' 지분 인수 이후 14년 만에 이뤄지는 대형 M&A로 주목받고 있었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한 달 전 공시를 통해 밝혔듯 현재까지 M&A와 관련해 확정된 사항은 없으며, 니코틴 파우치 사업과도 연관된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KT&G는 지난달 4일 공시를 통해 "신규 외부 협력 확대, 자체 개발, M&A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KT&G가 장기적으로 글로벌 비연소 담배 시장 진출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니코틴 파우치는 필립모리스, BAT로스만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사업에 뛰어든 분야지만, KT&G는 아직 관련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M&A 검토는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글로벌 비궐련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추진되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FDA의 갑작스러운 규제 승인에 M&A를 준비해 온 KT&G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KT&G 관계자는 "미래 성장 모멘텀 확대를 위해 새로운 개념의 모던 프로덕트 카테고리 다변화 전략을 추진 중"이라며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FDA의 규제 변화는 M&A 추진 시점과 조건, 대상 기업 선정 등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KT&G가 미국 규제 당국의 단속 기준과 승인 절차를 면밀히 분석해 대응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예산안은 KT&G뿐 아니라 글로벌 담배 기업 전반의 전략에 구조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한 니코틴 규제 강화 기조가 비연소 제품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 업계 전반의 신중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