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AI·전장·로봇 시장 정조준... 고사양 MLCC로 '시장 선도' 자신감

AI 서버용 MLCC 점유율 40%… 초소형·고용량 전략
전장용 라인업 확대… 라이다용 MLCC도 준비
“MLCC로 AI·전장·로봇 시장 공략”

 

[더구루=김예지 기자]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서버와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시장을 중심으로 적층 세라믹 커패시터(MLCC)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낸다. 로봇 분야에도 진출해 미래 MLCC 시장 주도권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고온·고압·고용량 등 고사양이 요구되는 고부가 시장을 중심으로 수익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기는 14일 '산업(AI 서버)·전장 MLCC와 삼성전기의 강점’을 주제로 'SEMinar(제품 학습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는 MLCC개발팀 이민곤 상무가 맡아 사업 전략과 기술 경쟁력을 설명했다.

 

MLCC는 반도체에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부품이다. 주로 스마트폰, 일반 서버에 쓰였으나 최근에는 전기차 AI 서버 등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다. 

 

◇ AI 서버용 MLCC, '소형·고용량'에 주목
이 상무는 "AI 서버와 전장용 MLCC는 삼성전기가 기술적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라며 "특정 고객 맞춤형이 아닌 범용 제품의 성능 기준 자체를 끌어올려 다수 고객이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AI 서버 시장에서 MLCC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상무는 "AI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전력 소모가 7배, MLCC 탑재량은 13배 이상 많다"며 "고발열·고전력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전류 공급이 가능한 초소형·고용량 MLCC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서버는 GPU와 CPU 수십 개가 집적된 구조로 고속 연산과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해 발열이 크고 전력 소모가 많다. 하지만 MLCC는 발열이 큰 GPU 근처에 부착되어야 하기에 실장 공간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더 작고,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소형·고용량 MLCC가 필수적이다. 고온(105℃ 이상), 고전압(100V 이상) 환경을 견디는 신뢰성도 요구된다.

 

삼성전기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05도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100V 제품 △1608 사이즈(1.6×0.8mm)에서 100㎌를 구현한 초고용량 제품 등 고사양 제품군을 출시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삼성전기는 현재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약 40%의 글로벌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AI 서버 시장은 2024년 1429억 달러에서 오는 2030년 8378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점유율 우위를 토대로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노리고 있다.

 

◇ 전장 MLCC "생명과 직결되는 고신뢰 부품" 

전장용 MLCC 역시 고온(125℃ 이상), 진동, 습도 등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성과 내구성이 보장돼야 한다. 사용환경 특성상 IT용 MLCC보다 개발 기간은 약 3배, 가격은 3~4배가량 높다.

 

삼성전기는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파워트레인, 라이다 등 자동차 핵심 전장 시스템을 겨냥해 MLCC 제품 라인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ADAS용 MLCC 2종을 선보이며 자율주행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고신뢰 부품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이후 지난 2022년에는 고온·고전압 조건을 견디는 파워트레인용 MLCC 13종을 추가로 개발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지난해에는 16V급 세계 최고 용량 ADAS용 MLCC 2종과 2000V의 고전압을 견디는 전기차용 MLCC를 개발하며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올해는 라이다용 MLCC의 세계 최초 상용화도 예고하고 있어, 고부가가치 전장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더욱 키워갈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부산 사업장에 전장 전용 원재료 공장을 신축해 소재 내재화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고온, 고압 환경에서 요구되는 고신뢰성 부품 개발을 위해 세라믹 원재료까지 직접 생산하는 기업은 극소수다.

 

◇ 기술 격차 유지…"고사양 제품은 아직 따라오기 어려워"

 이날 세미나에서는 중국 MLCC 업체들의 추격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중국 기업은 주력 시장인 IT용 MLCC 분야에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삼성전기는 AI서버와 전장용 MLCC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에 밀리지 않을 것으로 자신했다. 이 상무는 "범용 IT MLCC에서는 빠르게 따라오고 있으나 전장과 AI 서버 같은 고사양 제품은 여전히 기술 장벽이 높다" 며 선을 그었다.

 

일부에서는 AI 연산의 고주파화가 MLCC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삼성전기는 오히려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 상무는 "병렬 GPU 구조가 확산되면서 시스템당 소비 전력이 더 커지고 이에 따라 발열도 증가하고 있다"며 "결국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해 MLCC 탑재 수는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도 잠재 고객

삼성전기는 급성장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이 상무는 "아직 구체적인 부품 사양 요구는 없지만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기기인 만큼 전장 수준의 고신뢰성 MLCC가 필수적으로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상무는 "MLCC는 반도체와 전자기기의 심장 같은 존재”라며 "AI, 전장, 로봇 등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MLCC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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