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귀재' 박정호 SK스퀘어 대표 "선입견 벗어야 기업가치 높인다"

영국 유로머니 인터뷰
하이닉스반도체·도시바메모리 등 인수 사례 소개
SK스퀘어·SK하이닉스·SK텔레콤 시너지 모색

 

[더구루=오소영 기자] "획기적인 사고에 기반한 공격적인 전략이 기업 가치를 높인다"

 

박정호 SK스퀘어 대표가 지난 26일 영국 금융지 유로머니(Euromoney)와의 인터뷰에서 "재벌이 자본을 독점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박 대표는 최태원 회장의 고려대 후배이자 최측근으로 그룹 내 인수·합병(M&A) 전략통이다. ADT캡스(현 SK쉴더스), 도시바메모리,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등 굵직굵직한 인수를 주도해왔다.

 

박 대표는 성공적인 M&A 비결로 인수 대상에 제약을 두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선입견을 품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하이닉스반도체 인수가 대표 사례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채권단 관리를 받던 부실기업이었고 반도체 업황은 치킨 게임이 지속됐다. 모두가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최악의 거래로 평가할 때 박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반도체가 SK의 미래 핵심 산업이 되리라 확신하고 3인조로 팀을 꾸려 인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표는 "사람들은 과거를 마치 현재 정보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당신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골라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치열한 분석 끝에 향후 10년간 반도체 산업은 과거와 다르다는 결론을 내리고 최 회장을 설득했다. 박 대표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세계 2위는 무엇입니까?'라고 반문하며 "하이닉스는 D램 분야 세계 2위입니다"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하이닉스 거래를 통해 새 사업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웠다"며 팀의 자율성과 수평적인 소통 문화를 꼽았다.

 

도시바메모리 인수전 참여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정이었다. 한·일 관계의 특성상 한국 기업이 일본에 투자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박 대표는 금융계와 일본 정부를 직접 설득하며 지원을 주문했다.

 

인수에 반대해 소송을 제기하려 했던 도시바의 파트너 웨스턴디지털의 태도로 바꾼 사람도 박 대표였다. 그는 스티브 밀리건 CEO와의 저녁 자리에 와인 '오퍼스 원'을 가져왔다. 오퍼스 원은 미국 와인의 대부인 로버트 몬다비와 프랑스 보르도 포이약 지역의 그랑 크뤼 일등급 와인을 만들어내는 샤토 무통 로칠드가 함께 개발해 흥행한 와인이었다. 박 대표는 도시바메모리와 SK하이닉스의 결합이 '제2의 오퍼스 원'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박 대표는 성공적인 M&A의 역사를 쓴 경험을 토대로 SK그룹의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의 대표에 올랐다. 그는 "SK스퀘어는 자회사 경영에 국한된 한국의 다른 지주사들과 완전히 다르다"며 "ICT 성장사업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며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투자 전문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세 회사의 협력도 강조했다. SK스퀘어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사페온을 시작으로 양사와 더 많은 협력을 모색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인수 과정을 주도하고 SK스퀘어 설립을 도운 사람으로서 세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며 "세 회사를 총괄하고 시너지를 낼 막중한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테크열전

더보기




더구루인사이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