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의 3나노미터(nm) 칩 양산 계획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내년부터 3나노 공정 순차 도입을 자신한 삼성전자의 발표와 대조돼 이목을 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시장조사업체 디지타임스리서치는 최근 발행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2023년까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할 가능성이 낮아 첨단 칩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9일 열린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차세대 반도체 공정 로드맵을 공유하며 "2022년에 GAA 3나노 1세대 공정(GAP)을 적용한 반도체를 양산하고 2023년에는 GAA 3나노 2세대 공정(GAE)으로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과 비교해 양산 시점이 1~2년 가량 뒤처지는 셈이다.
특히 경쟁사인 TSMC가 이미 3나노 생산 준비에 돌입한 가운데 양산 일정이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 우려를 더한다. TSMC는 이달 초 대만 타이난 팹 18에 3나노 칩 생산에 필요한 장비 설치에 착수하고 내년 7월 대량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본보 2021년 8월 3일 참고 TSMC, 3나노 반도체 장비 설치 개시>
기존 양사가 발표한 공정 로드맵만 놓고 봐도 삼성전자와 TSMC 간 차세대 공정 양산 시기에는 약 1년여의 격차가 존재했다.
TSMC의 3나노 물량 예약은 본격 양산에 돌입하기도 전에 마감됐다. 3나노 공정 초기 양산 규모는 월 5만5000장 수준인데, 해당 물량은 대부분 애플에 납품돼 아이폰14 탑재가 예상되는 A16 바이오닉에 최초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TSMC는 2023년부터 캐파(생산능력)를 2배로 늘려 다른 고객사들에게도 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본보 2021년 8월 9일 참고 TSMC, 3·5나노 공정 예약 완료…애플이 '찜'>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와의 기술 격차에 투자 결정까지 지연되며 삼성전자는 TSMC를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후발주자로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뒤쳐진 기술력 등을 따라잡아야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저울질한 미국 내 파운드리 공장 설립 부지도 아직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앞서가는 TSMC에 이어 인텔까지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며 바짝 뒤쫓고 있다. 반도체 산업 호황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목표에 대해 회의론적인 시각 나오는 모양새다.
대만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즈는 최근 10회에 걸쳐 TSMC의 경쟁력을 분석한 시리즈 보도를 통해 "삼성이 10년 내에 TSMC를 이길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며 "삼성은 TSMC의 도전자가 될 수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