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2단계 경쟁 발주 실적 저조…예산 절감 소홀

OA 기기 관련 2단계 경쟁 시행 건수 4년간 16건
공기업 평균 시행률보다 낮아
내부 규정 미비·직원 교육 부족

 

[더구루=오소영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복수 업체를 평가해 납품 회사를 선정하는 다수공급자계약(MSA) 2단계 경쟁 활용에 소극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세부 지침이 없고 직원들의 이해도도 떨어져 결과적으로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1월 내부감사에서 사무자동화(OA) 기기의 MSA 2단계 경쟁 건수가 공기업 평균보다 낮은 사실을 발견했다. MSA 2단계 경쟁은 일정 금액 이상의 상품을 조달할 시 둘 이상의 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납품 회사를 선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경쟁을 통해 질 높은 제품을 보다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수원이 OA 기기를 구매하며 2단계 경쟁을 실시한 사례는 2017년 5건, 2018·19년 4건, 지난해 3건 등 총 16건(전체 1153건)에 그쳤다. 지난 4년간 공기업 전체 2단계 경쟁 시행률 평균이 70%인 점을 고려하면 저조한 성과다. 반면 한수원이 경쟁 없이 직접 납품을 요구한 비율은 금액 기준 43%에 달했다.

 

명백한 사유 없이 2단계 경쟁을 회피한 사례는 최근 3년간 101건이었다. 이중 OA 기기 구매 건수는 31건(30%)이었다.

 

한수원이 2단계 경쟁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 배경에는 관련 규정 미비가 있다. OA 기기를 조달할 때 통상 '물자관리지침'과 'OA 전산설비·소프트웨어 관리 규정'이 적용된다. 두 규정 모두 2단계 경쟁 시행에 대한 기준을 명시하지 않았다.

 

지침이 없어 직접 납품을 요구하는 방식이 관행으로 굳어졌다. 한수원은 분기별로 수요량을 집계해 정기적으로 발주하고 있다. 발주 규모가 2단계 경쟁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금액보다 적다는 이유로 직접 납품 형태로 OA 기기를 사들였다.

 

이는 100만원 이상인 컴퓨터나 사무용 기기 등 비품은 연간 소요량을 산출해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는 원칙과 어긋난다. 기준 금액보다 낮더라도 기관은 2단계 경쟁 방식을 선택할 수 있지만 한수원은 직접 납품을 더 선호했다. 이로 인해 예산 절감 효과가 떨어졌다는 비판이다.

 

직원들의 이해도도 낮은 수준이었다. 현재 2단계 경쟁 제도에 대한 업무 집행 기준과 절차는 조달청 고시에 규정된 게 전부다. 조달청 고시는 포괄적으로 기술돼 구체적 실무에 적용하려면 직원들이 교육 자료 등을 참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참고 자료도 적지만 한수원 사규나 기타 규범에 MSA 2단계 경쟁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 교육과 홍보 노력도 부족해 담당 직원들의 실수로 2단계 경쟁을 회피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한수원 감사실은 "OA 기기 구매 시 기준 금액 미만인 건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단계 경쟁 방식으로 물품을 사도록 OA 전산설비·소프트웨어 관리 지침을 규정하라"고 지시했다. 또 "제도에 대한 전사 교육을 시행하고 실무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물자관리지침을 개정하거나 기타 규범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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