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분산탄 사업 분할 탄력…"해외투자유치 리스크 해소"

네덜란드 비정부기구 PAX 2018년도 보고서 입수
㈜한화 분산탄 제조사로 분류...풍산·LIG넥스원 등과 블랙리스트 등재
그룹 미래먹거리 '태양광 사업' 장애물로 작용

 

[더구루=길소연 기자] ㈜한화가 지난 7월 물적분할 계획을 밝힌 분산탄 사업이 그룹의 미래성장 동력인 태양광 투자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분산탄은 탄두 안에 수많은 자탄을 탑재한 탄약 체계로, 이를 공중에서 투하할 경우 넓은 지역에서 한꺼번에 살상 효과를 가진다. 이 때문에 국제 사회에선 '비인도적인 무기'로 비난을 받고 있으며 2008년 분산탄 관련 국제 금지 협약이 체결됐고, 120개국이 가입했다.

 

9일 더구루가 입수한 네덜란드 비정부기구인 팍스(PAX)가 작성한 2018년도 보고서를 보면 ㈜한화는 국내 방산업체인 풍산과 LIG넥스원 등과 함께 분산탄을 생산하는 블랙리스트, 이른바 '레드 플래그 리스트'(Red Flag List)에 이름이 올려져 있다. 레드 플래그 리스트에는 한국 외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총 7개 회사가 포함됐다.

 

이 보고서는 "과거 한국화약으로 불리던 ㈜한화의 방산부문은 탄약과 유도 및 운반 체계를 만든다"며 "이 회사는 특히 정부의 엄격한 통제 하에 탄약 생산을 특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07년에는 한국 정부가 유일한 고객이었지만, 최근 몇 년간 국제 방산전시회 참가 및 군사장비 해외 판매 등 수출시장에도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화는 9개 가량의 분산탄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30mm 다연장로켓시스템(MLRS)과 △2.75인치 다목적자탄(MPSM) △120mm 박격포탄 △155mm 포병체계용 사거리연장 이중목적성능개선재래식탄약(DPICM) △천무 다연장로켓 △M577A1 신관 △HW201/101 신관 △2017년 특허 신청을 한 지연자폭 자탄 등이다.

 

이 중 천무 다연장로켓은 300~900개의 자탄이 탑재돼 축구장 3배 면적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가공할 능력을 보유한 우리 군의 핵심 대북 무기체계로 알려진다.

 

보고서는 ㈜한화는 분산탄에 들어가는 자탄과 주요 구성품을 생산하고 홍보해 왔기 때문에 분산탄 생산업체로 파악된다고 결론을 냈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관련 정보를 반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추가 정보를 요청하는 PAX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기재됐다. 특히 보고서는 ㈜한화가 아직 분산탄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고 명시했다.

 

문제는 ㈜한화의 분산탄 사업이 한화그룹의 주력 태양광 사업을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 2007년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은 PAX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화 태양광 사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했고, 스웨덴 등 주요 유럽 국가들도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화는 보고서에 언급된 품목들 중 상당수가 현재 생산 중인 제품이 아니고, 분산탄 사업 매출이 ㈜한화 전체 매출액의 약2% 정도에 불과해 보고서만으로 진행 중인 방산 사업에는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분산탄 사업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숨기지 않았다. 한화 관계자는 "(보고서로 인한) 태양광 관련 피해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노르웨이 투자관리청, 네덜란드 사회보장기금 및 다수의 글로벌 연기금들이 당사를 투자대상에서 배제함으로써 투자자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화는 이러한 국제사회 분위기를 감지하고 지난 7월 30일 방산부문 분산탄 사업을 물적 분할한다고 발표했다. ㈜한화 분산탄 사업은 향후 '코리아 디펜스 인더스트리'라는 자회사가 맡을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경우 국제사회가 기업에 요구하는 새로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첨단 레이저와 정밀유도무기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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