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미 해군 해양시스템 사령부(NAVSEA)를 찾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조선업 재건 정책에 따른 함정 수주 기회를 잡고자 지원 활동을 펼쳤다.
19일(현지시간) NAVSEA에 따르면 석 청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 D.C. 해군 복합시설(네이비 야드)에 위치한 NAVSEA를 방문했다. 제임스 다우니(James Downey) 사령관을 만나 함정 건조 협력을 논의했다.
1974년에 설립된 NAVSEA는 미 해군의 전투 시스템 연구·개발(R&D)과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함정 건조와 수리를 맡는 현지 조선소 4곳과 해군 수상전 센터(NSWC) 8곳·해군 해저전 센터(NUWC) 2곳 등을 관리한다. 석 청장은 이번 미팅으로 한국의 함정 건조와 MRO(유지·보수·정비) 역량을 알리고 협력 의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업 재건 정책을 추진하며 미국은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 의회예산처는 '해군 2025 건조계획'을 통해 2054년까지 군함 364척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함정 조달에 연평균 300억 달러(약 43조원)를 투입하고, MRO 사업에 연간 최대 74억 달러(약 11조원)를 쏟는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정부는 방대한 함정 구매와 수리를 위해 동맹국의 지원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미국 해양 지배력 강화' 행정명령 8조에 서명하고 동맹국 조선소들의 미국 투자를 촉진하도록 모든 인센티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존 펠란 미 해군장관도 지난달 9일 메릴랜드 해양·방산산업 전시회 'SAS 2025'에서 "함대를 재건하기 위해선 1 더하기 1이 3이 되는 공공과 민간 간 파트너십이 필수"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정부가 조선업 재건의 파트너로 콕 찍은 국가는 한국이다. 지난달 말 방한한 존 펠란 신임 미 해군성 장관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시찰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접견하고 한미 조선 협력을 논의했다. 최근 방한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또한 정 수석부회장,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와 회동해 양사 조선 역량을 살폈다.
HD현대와 한화는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HD현대는 작년 7월 미 해군 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해 함정 MRO 사업에 참여할 자격을 획득했다. 현지 특수선 조선소 헌팅턴 잉걸스와도 선박 생산성 향상과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화오션은 작년 12월 한화시스템과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지난 3월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의 정비를 6개월 만에 완료해 인도한 바 있다.
정부는 한국 조선업계의 미국 진출을 밀어주고 있다. 조선 협력을 한미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2+2 통상협의’에서 조선 협력 패키지를 제안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으로부터 ‘최상의 제안(A game)’이라는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