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형수 기자] 유한킴벌리의 고배당 기조가 업계 안팎의 눈길을 끈다. 지난 2021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진재승 대표 역시 매출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배당 정책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수년 동안 순이익 대부분을 배당으로 지출하면서 유한킴벌리 돈줄은 말라가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않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1조44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대비 4.3%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5% 줄어든 2025억원으로 집계됐다.
유한킴벌리는 저출생 심화에 따른 육아용품 시장 축소, 고환율·국내 경제 부진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등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한킴벌리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아기 기저귀 부문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5% 감소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같은 기간 물티슈·타월·성인 기저귀·스킨케어 등 기타 부문 매출은 17.5%, B2B(기업간거래) 사업부문 매출은 9.3% 줄어들면서 하락폭을 키웠다.
업황 불황에도 배당성향 100.0%의 고배당 축포를 쐈다. 불황에 따른 실적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배당을 축소하는 대부분의 기업과는 정반대 행보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대비 배당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진 대표 취임 이전인 지난 2019년 1580억원(배당성향 115.2%), 지난 2020년 1420억원(101.1%)을 각각 배당금으로 지출했다.
진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지난 2021년의 경우 4010억원(305.2%)를 배당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지난 2022년 1440억원(99.7%), 지난해 1700억원(100.2%) 등 100.0%를 넘나드는 배당성향을 나타냈다. 최근 5년간 유한킴벌리가 배당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1조150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은 결국 최대주주의 배만 불리기에 급급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적과 별개로 여전히 높은 수준의 배당을 최대주주는 만끽하는 모양새다.
미국 기업 킴벌리클라크(Kimberly-Clark Corporation)가 유한킴벌리 지분 70.0%를 보유하고 있어 유한킴벌리 배당금 대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킴벌리클라크는 지난 1970년 유한양행과 공동출자해 합작법인 유한킴벌리를 설립했다. 유한양행은 유한킴벌리 지분 30.0%를 손에 쥐고 있다.
적극적 배당을 통해 기업을 운영하며 거둬들인 수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1대 주주(킴벌리클라크)와 2대 주주(유한양행)가 전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 구성, 유한킴벌리 현금 보유량 추이 등을 감안하면 무리한 배당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고배당 정책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해주지만, 회사가 어려울 때는 오히려 투입할 자금이 줄어 유동성 위기 등을 겪을 수 있다는 것. 실제 지난 2019년 405억원 수준이었던 유한킴벌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2020년 186억원 △2021년 123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 2022년 222억원으로 늘어난 이후 지난해 200억원을 기록하며 2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지난 2019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지난해 배당금 1700억원의 11.7% 수준이다. 유한컴벌리가 작년 R&D(연구·개발)을 위해 투입한 자금은 142억원으로 배당금의 8.35%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배당은 양 주주가 이사회 의결을 통해 결정하는 사안으로, 상법과 주주총회에 따라 지급하고 있다"면서 "다음 배당금 규모는 정기주총이 열리는 내년 3월말이 돼야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