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공사비 1조8000억원에 달하는 광주광역시 최대 사업 '신가동 재개발'이 인허가 등 착공 절차가 모두 매듭됐으나 반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무리한 일반 분양가 책정과 조합원 분담금 등 문제로 조합과 사업단 간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12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신가동 재개발사업은 지난해 11월 3.3㎡당 공사비가 706만원으로 책정되면서 착공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조합의 무리수로 표류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 신가번영로9번안길 31(신가동) 일원 28만8058.6㎡를 대상으로 조합은 지상 29층 규모의 공동주택 51개동 4718가구 및 근린생활시설 등을 신축할 계획이다.
조합은 DL이앤씨·GS건설·롯데건설·SK에코플랜트·한양컨소시엄(빛고을드림사업단)을 지난 2015년 10월 시공사로 선정한 바 있다. 특히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ACRO)'가 광주 지역 최초로 적용되는 등 고급 단지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조합의 준비 미흡으로 착공 불가 판정이 나오자 도급 변경계약과 관리처분 변경총회를 통한 조정을 요구했고, 지난 1월 공사 도급 변경 계약 재협의 결정이 이뤄졌다.
문제는 단지 고급화로 인한 공사비 증가에 따른 늘어난 조합원 분담금에서 비롯됐다. 조합 측은 사업단 합의 공사비를 수용할 수 없다며 지난 2월 17일 시공사 해지를 위한 총회까지 진행했다. 다만 당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사고 이유로 안건은 철회됐다.
이후 시장조사를 토대로 일반 분양가를 3.3㎡당 2186만원으로 산출했으나 조합은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지난 2일 조합 대의원회의를 통해 사업단과 협의 없이 관리 처분 변경 안건(일반분양가 3.3㎡당 2450만원)과 공사비 안건을 가결하고 총회를 통해 이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조합 관계자는 "부담금이 늘어날 경우 조합원을 대상으로 높은 사업성을 어필할 수 밖에 없다"며 "재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인근 지역(중앙근린공원) 일반 분양가 2346만원을 감안할 때 신가동 역시 일반 분양가 2450만원은 시도해 볼 만 한 가격"이라고 주장했다.
신가동 재개발에 파열음이 발생하는 배경을 놓고 도시정비업계에서는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 분양가의 현격한 차이를 꼽고 있다. 고가 분양을 주장하는 상당수가 '투자자형 조합원'으로 이른바 '엑시트'를 염두한 행보를 보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상 조합원 분양가는 일반 분양가 대비 80% 수준인 반면 신가동의 경우 사업 초기 36%에 불과, 신규 투자자 유입이 활발히 이뤄졌으며, 현재 이들이 조합 의사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리스크가 큰 지방 대형 사업지일수록 시장 상황을 반영한 일리적인 분양가 책정과 안정적 분양 실적이 사업 성공에 핵심"이라며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조합원들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만큼 '부담금 폭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협의되지 않은 관리처분 변경 총회는 중대한 계약 위반 사항으로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한 '디딤돌'이 아니라 오히려 사업을 중단시키고 막대한 손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