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형수 기자] 매출 3.5배 성장. 전세계 80여개국 진출. 세계 최고 증류주 등극.
주류업계 장수 CEO 반열에 오른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이 거둔 성적표다. 2011년 지휘봉을 잡은 김 사장은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13년째 하이트진로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주류 명가 하이트진로를 이끄는 김 사장은 '하이트 맨'으로 통한다. 지난 1989년 하이트맥주에 입사한 뒤 한 회사에서만 30년여 동안 인사와 마케팅, 경영기획, 영업 업무를 두루 거쳤다. 김 사장이 장수 CEO로 입지를 다지게 된 데는 국내를 넘어서 해외사업의 성과가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올린 매출은 2조4980억원으로 전년대비 11.38% 증가했다. 김 사장이 취임 직전인 2010년(7060억원)과 비교하면 3.5배가량 뛰었다. 소주 수출액이 2010년 5333만달러(약 680억원)에서 지난해 1억2000만달러(약 1530억원)으로 125.01% 늘어나며 실적 상승을 뒷받침했다.
취임 5년차인 2016년 '소주 세계화'를 선포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류 명가의 존재감을 알리겠다는 당찬 포부였다. 소주를 내세워 증류주 수요가 높은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미국, 일본, 중국에 해외법인에서 △2013년 러시아 △2015년 베트남 △2019년 필리핀에 법인을 세우고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는 이들 국가를 비롯해 전세계 80여개국에 진출해 참이슬과 자몽에이슬, 청포도에이슬 등 과일소주를 주력으로 K-소주를 알리는 일등공신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런 공격 행보는 성장세를 이어졌다. 지난해 미국에서 올린 매출은 491억원으로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77.90%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국 매출은 141억원에서 410억원으로 190.78%, 러시아 매출은 47억원에서 72억원으로 53.19% , 베트남 매출은 86억원에서 129억원으로 50.00% 증가했다. 필리핀도 법인 설립 3년 만에 8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괄목할 성적엔 김 사장의 글로벌 맞춤형 전략이 한목했다. 한류 열풍이 거센 동남아시아 핵심 시장인 베트남에서는 '소맥'의 한국식 음주문화를 선보이며 인지도 제고에 나섰다. 한류 드라마 협찬, 베트남 하노이 팝업 스토어 운영 등의 활동으로 이어졌다.
미국에서는 소주 브랜드 진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스포츠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아시아 주류업계 최초로 2012년부터 메이저리그(MLB) 프로야구팀 LA 다저스(LA Dodgers)와 스폰서십은 12년째 유지하고 있다. 국제복싱기구(IBO) 수퍼라이트급 세계챔피언 '브랜던 리'도 공식 후원하고 있다. 브랜던리 선수의 경기복에 'JINRO' 로고를 부착하고, 관련 굿즈도 하이트진로샵과 브랜던리 소속사 홈페이지에서 단독 판매된다.
올 상반기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축구(MLS) 축구팀 뉴욕 레드불스(New York Red Bulls)와 공식 후원 계약을 맺었다. 뉴욕 레드불스 축구팀의 홈구장인 '뉴욕 레드불스 아레나'를 찾는 관중에게 구장 내 '진로 사이드라인 바'에서 진로소주 칵테일을 선보이게 된다. 대형 전광판과 구장 곳곳의 TV 화면, LED 광고 화면에 진로 브랜드를 노출할 예정이다.
현지 유통 채널 확대에 중점을 두고 '소주 세계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지 주류 유통 체인 입점에 주력했고, 지난해까지 토탈 와인 134개 매장, 베브모 169개 전체 매장, 스펙스 200개 전체 매장에 입점했다. 또한 지난해 코스트코 17개 매장, 타깃 15개 매장 입점을 시작으로 대형 유통 채널 신규 입점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 같은 전략 덕분에 지난해 미주 지역 소주 수출액은 전년대비 82.4% 증가했다. 글로벌 소주 브랜드 진로를 필두로 글로벌 소주 유행을 이끌고 있다.
진로는 최고의 증류주로 꼽히며 해외 무대에서 입지를 다졌다.
영국 증류주 전문 매체 더 스피리츠 비즈니스(The Spirits Business)가 진로를 슈프림 브랜드 챔피언(Supreme Brand Champion)으로 선정했다. 슈프림 브랜드 챔피언은 위스키, 럼, 진, 테킬라 등 각 부문별 ‘브랜드 챔피언’을 1차로 선정한 뒤 유통망, 마케팅 활동 등 종합평가를 통한 왕중왕전을 벌여 전 증류주 브랜드 가운데 당해 최고의 브랜드 1개에 수여하는 상이다.
진로는 앞서 다른 주류 전문매체 드링크 인터내셔널의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증류주'에도 선정된 바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전세계에 참이슬 등 소주 제품은 1억 상자(상자당 9리터 기준) 판매됐다. 전세계 증류주 시장이 1%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로는 2021년보다 약 7% 성장한 것이다. 이 같은 성장세에는 △미국, 중화권 지역 과일소주 열풍 △해외 현지 가정 채널 입점 확대 △해외 온라인 활용한 브랜드 홍보활동 △국내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활동 및 페스티벌 개최 등 변화하는 환경에 앞서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진로는 해외에서 한국 소주의 위상을 높이는데 앞장서왔다. 그 결과, 소주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인정하는 니스(NICE) 공식상품명칭으로 등재됐다.
하이트진로는 앞으로도 해외 소비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진로 브랜드를 활용해 소주를 선도적으로 알리고 K-소주 음용 기회를 넓히고 다양한 현지 마케팅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김인규 사장은 "베트남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중동, 남미지역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며 해외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