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잠식 日자본]① 스위스 발 빼니 日이…SBI 주주 변천사

-2000년 최초 외자 유치 성공…스위스 머서 지분 19.8% 출자
-2013년 SBI홀딩스 자회사로 편입

 

[더구루=오소영 기자] 국내 저축은행과 대부회사에 풀린 일본계 자금이 지난해 17조원을 넘어섰다. 서민금융 시장의 22%를 일본이 차지한다. 자산 기준 업계 상위권인 SBI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등도 일본계다. 국내 회사들이 '고리대금업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두려워 진출을 망설이는 사이 일본에 서민금융 시장을 빼앗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일뉴스가 서민금융 시장을 잠식한 일본계 은행을 전격 해부해봤다. -편집자 주-

 

SBI저축은행은 외국 자본과 연이 깊다. 2000년 국내 저축은행 중에서 처음으로 외자 유치에 성공해 스위스 머서의 자본을 끌어들였다.

 

2013년 퇴출 위기에 놓였을 때 은행을 구한 건 일본계 자금이었다. 일본 SBI홀딩스가 은행 지분을 인수하며 고속 성장했다. SBI저축은행은 올 상반기에만 1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명실상부한 업계 1위로 도약했다. 최근 매각설이 나돌면서 일본계 자금 이탈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최초 외자 유치… 머서 '2대 주주' 등극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작년 말 기준 SBI-BF· SBI-CF·SBI-IF가 각각 지분 22.4%, SBI-AF가 17.07%를 보유한다. 이들 4개 회사는 일본 SBI홀딩스가 최대 주주로 있는 특수목적법인(SPC)다. SBI홀딩스가 SPC를 통해 SBI저축은행을 지배하는 구조다.

 

현재는 일본계 회사나 SBI저축은행에 처음 투자한 외국 자본은 스위스 업체였다. SBI저축은행의 전신 현대신용금고는 2000년 8월 미국 나스닥 상장회사인 머서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냈다. 머서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펄프·제지 회사다.

 

머서는 지분 19.8%를 출자하며 김광진 회장(49.48%)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로써 현대신용금고는 외국인 투자회사가 됐고 사명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으로 바꿨다.

 

◇위기의 SBI, 日 '구원투수'

 

머서는 지분을 점차 매각해 2002년 2.70%까지 줄었다. 같은 해 SBI코리아파이낸셜이 지분 10%를 사들였다. 일본계 자본과 연이 닿은 건 이때부터였다. 

 

자금이 넉넉지 않던 김 회장은 일본계 자본이 절실했다. 2012년 4월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지분 11%를 SBI 그룹의 자회사 SBI파이낸스에 팔았다. SBI파이낸스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계열사인 현대스위스2저축은행 지분 19.81%를 김 회장에 넘기며 맞교환이 이뤄졌다.

 

이 거래로 SBI파이낸스의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대한 지분율은 9.9%에서 20.9%로 늘어났다. 김 회장의 지분율은 61.2%에서 50.2%로 줄었다.

 

SBI 그룹은 높아진 지분을 토대로 인수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듬해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현대스위스2저축은행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증자 규모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 1941억원, 현대스위스2저축은행 434억원이었다.

 

당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재무구조 악화로 영업정지 위기에 놓였었다. SBI가 인수를 결정하며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2300억원을 추가 투입하면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회계법인의 분석이 인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시 배임 혐의가 불거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2013년 3월 SBI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 SBI저축은행이 탄생했다.

 

◇'고속성장' SBI저축은행 대주주 바뀌나?

 

SBI저축은행은 겉으로는 SBI홀딩스를 모회사로 둔 일본계 회사나 지분 구조를 뜯어보면 조금 복잡해진다. SBI저축은행을 지배하는 SBI홀딩스는 100% 일본 자본만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

 

SBI홀딩스는 올 3월 기준 일본 트러스티 서비스 신탁은행이 8.7%로 최대 주주에 올라있다. 이 회사는 일본 미쓰이스미토모 신탁은행과 리소나 은행이 2000년 설립한 조인트 벤처다.

 

이외에 일본 마스터 트러스트 신탁은행(6.7%), 미국 뉴욕멜론은행(4.0%), 미국 3대 신탁은행인 노던 트러스트 컴퍼니(3.8%) 등이 지분을 가진다. 일본과 미국 자본이 섞여 있는 셈이다.

 

최근 SBI저축은행은 매각설에 휘말렸다. SBI 그룹은 2018년 연차보고서를 통해 "회사가 보유한 SBI저축은행 지분 모두 또는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사는 은행 인수 후 1조4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입해 국내 1위 저축은행으로 키워냈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일본 주주에게 배당하지 못했다. 한동안 결손금을 메워야 했고 일본 대주주에 대한 배당을 국부 유출로 간주하는 여론이 불거져서다. 저축은행의 업황도 악화되고 있어 매각 카드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한편, SBI저축은행은 매각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밝혔다. 매각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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