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에 엠네스티 인권보고서 재조명…"韓기업, 군부 자금줄 역할"

앰네스티, 사업 중단 촉구…포스코 강판·이노그룹·태평양물산 등

 

[더구루=정예린 기자] 미얀마 군부가 또 다시 쿠데타를 일으킨 가운데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가 지난해 발간한 인권 보고서가 재조명받고 있다. 보고서는 일부 한국 기업들이 미얀마군의 주요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앰네스티는 지난해 9월 '군 주식회사: 미얀마 인권침해에 자금을 대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미얀마군이 현지 대기업 '미얀마 이코노믹 홀딩스(MEHL)'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으며, MEHL은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MEHL은 1990년 설립 이후 광업, 맥주, 담배, 의류 제조, 금융 등 주요 산업 부문에 진출해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을 주식 배당금 형태로 미얀마 군부에 제공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대 및 군인들이 회사 주식의 3분의 1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서부 라카인주에서 소수 무슬림계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학살 등 잔학 행위를 자행한 서부 사령부도 포함돼 있다. 특히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은 2011년 기준 MEHL 주식 5000주를 갖고 있다. 회사 이사회 또한 군부 고위급 인사들로 구성됐다. 

 

MEHL은 주로 글로벌 파트너 업체들과 협력을 맺고 현지 합작 법인 설립이나 이익 분배 계약을 맺어 수익을 낸다. 해당 수익은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돼 결국 군 자금으로 흘러들어간다. 앰네스티는 MEHL과 공동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기업에는 미얀마 현지 기업과 중국의 한 광물 업체, 일본 맥주 업체 기린 홀딩스 등이 포함됐다. 한국 업체로는 △철강업체 포스코 강판 △부동산 개발업체 이노그룹 △의류 생산·수출업체 태평양물산이 꼽혔다. 

 

포스코 강판은 함석지붕재 생산 등 사업을 펼치고 있다. MEHL과는 미얀마 포스코 스틸, 미얀마 포스코 C&C 2개 합작 법인을 운영했다. 현재는 미얀마 포스코 C&C로 통합 운영하고 있다. 다만 포스코 강판은 "2013년 이후 미얀마 포스코 C&C는 MEHL에 배당금을 지급한 바 없으며, 미얀마 포스코 C&C 역시 지난 2017년 사업 성과에 따른 배당금이 지급된 이후 다른 어떤 배당금도 지급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노그룹은 MEHL과 의류 공장, 운송업, 골프장과 리조트 관련 3건의 합작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노그룹은 "합작 투자가 아직 이윤을 내지 못해 MEHL에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사는 인권침해에 연관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태평양물산은 의류 제조 합작투자를 통해 3년 간 연평균 7만5000달러를 MEHL에 지급했다. 회사는 다만 "윤리 책임을 담보할 방법에 대해 MEHL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해 2020년 9월을 기점으로 파트너십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크 더멧 국제앰네스티 조사관은 "이 문서는 미얀마 군부가 MEHL이 구축한 거대한 기업 '제국'을 통해 어떻게 이익을 얻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이며, 미얀마 역사상 최악의 인권침해 사건 가해자들이 MEHL의 사업 활동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MEHL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기업들은 책임감 있게 사업관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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