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테슬라가 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하는 가운데 일본 파나소닉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쓰가 가즈히로 파나소닉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는 배터리 회사와 협력할 수밖에 없다"며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해온 파나소닉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16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쓰가 CEO는 테슬라의 배터리 개발에 대해 "지적재산권이 별로 없어 테슬라 혼자 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양산 노하우를 가진 회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오랜 파트너사였던 파나소닉과 협력할 여지는 충분하다. 우메다 히로카즈 파나소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0월 "파나소닉은 4680 원통형 배터리 셀에 대한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자신한 바 있다. 4680 배터리 셀은 에너지 밀도가 5배, 출력이 6배, 주행거리가 16% 늘어난 제품이다. 테슬라가 9월 배터리 데이에서 공개한 후 현재 개발 중이다.
파나소닉은 배터리 데이 이후 테슬라와 차세대 배터리 셀 양산을 논의해왔다. 시제품을 만들고자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테슬라의 배터리 양산을 지원한다.
이처럼 테슬라의 독립 움직임으로 양사의 동맹이 굳건해진다는 관측이 있는 한편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임원들은 "테슬라가 배터리 기술을 얼마나 보유했으며 경쟁사들과는 어떻게 협상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제품이 나와야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어 섣불리 낙관할 수 없다는 의미다.
테슬라가 대량 양산에 성공하면 파나소닉의 수주량은 장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2022년까지 100G
Wh, 2030년까지 3TWh의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테슬라가 공급망을 다변화하며 파나소닉의 지위는 이미 축소된 상태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에 배터리를 독점 납품해왔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CATL이 공급망에 포함되며 설 자리를 잃었다. 올 초 중국에서 파나소닉 배터리 탑재량이 LG에너지솔루션보다 많았으나 점차 뒤바꼈다. 향후 테슬라의 중국향 차량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의 배터리만 탑재된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파나소닉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19.5%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24.6%), CATL(23.7%)에 이어 3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