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도담 기자] 일본 토요타자동차가 오는 2025년까지 인도네시아 시장에 전기차 10종을 투입기로 했다. 또 현지에서의 전기차 개발·생산을 위해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약속도 재확인했다.
인도네시아, 특히 전기차 부문 투자를 늘리고 있는 라이벌 현대차에 맞불을 놓은 모양새다.
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야자키 요이치(宮崎洋一) 토요타 아시아지역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아이르랑가 하르타르토 인도네시아 산업부 장관과의 화상회의에서 이 같이 밝혔다.
토요타는 이 회의에서 2025년까지 인도네시아 시장에 10종의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또 전기차 현지 개발·생산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자동차 산업에 최소 2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지난해의 약속도 재확인했다. 토요타는 인도네시아 관광개발공사(ITDC)와 손잡고 발리에서 전기차를 홍보하는 활동도 진행하기로 했다.
토요타는 현지 출시 모델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동남아 시장에 맞춘 2~3인승 초소형 모델이 주가 될 전망이다. 토요타는 2019년 일본 도쿄모터쇼에서 2인승 전기차 '초소형EV'를 공개했었다. 또 같은 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모터쇼에서 삼륜 전기차 '아이로드(i-Road)'를 선보였다.
토요타는 전기 배터리를 일부 활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대중화한 선구자 격 자동차 회사이지만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통상적인 전기 승용차 부문에선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요이치는 "토요타가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전기차는 아세안(동남아 10개국)뿐 아니라 다른 지역 국가에도 수출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를 수출 허브로 삼아 현지 공급 체계와 인적 자원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토요타는 온실가스 배출과 차량용 연료 수입을 줄이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분히 현대차를 의식한 현지 투자 확대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내년(2021년) 완공을 목표로 수도 자카르타 인근 델타마스 공단에 연 최대 생산능력 15만대(증설 땐 25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차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2030년까지 총 15억5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또 이곳에서 2022년부터 전기차를 생산해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주변 아세안 국가는 물론 호주, 뉴질랜드에 수출한다는 계획도 확정했다. 아직 구체적인 현지 전기차 개발·생산 계획이 없는 토요타보다는 한 단계 앞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인도네시아 국영전력공사(PLN)와 함께 현지 전기차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본보 2020년 11월 17일자 참고 현대차 "2022년 인니공장서 전기차 생산·판매"…RCEP 효과 기대> <본보 2020년 11월 20일자 참고 현대차, 인도네시아 전기차 생태계 구축 프로젝트 참여>
인도네시아는 지난해(2019년) 자동차 판매량이 103만대에 이르는 동남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아시아경제공동체(AEC) 소속 아세안 10개국에 무관세 혹은 낮은 관세로 자동차를 수출할 수도 있다. 올 들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까지 체결되며 일본, 중국, 호주 등 동남아 외 국가와의 국경 장벽도 낮아진 상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이 풍부하다는 점을 활용해 전기차 개발·생산 거점이 되려 하고 있다.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현지 싱크탱크 IESR은 최근 인도네시아 내 전기차 판매비중이 10년 내 10~20%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