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적자 규모를 대폭 줄이며 실적 개선 신호탄을 쐈다. 회복 속도를 가속화하기 위해 낸드플래시 중심 반도체 감산을 지속, 허리띠를 졸라 맨다. 다만 선단 공정 생산능력과 차세대 기술 확보 등 미래 경쟁력 기반을 다지기 위한 투자는 지속한다. 

삼성전자는 31일 열린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매출 67조4000억원, 영업이익 2조43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올 1·2분기 6000억원대에 그쳤던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1조77000억원 증가하며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올해 첫 조단위 영업이익이다. 

폴더블폰 신제품 출시와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판매 호황이 부진한 DS부문 실적을 메꿨다.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모두 플래그십 제품 수요가 증가하며 높은 수익성을 냈다. DS부문의 메모리 반도체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일부 판가 상승으로 적자폭이 4조원대에서 3조원대로 축소됐다. 

삼성전자는 부진한 영업이익을 만회할 '키맨'인 DS부문 실적 회복에 전력을 쏟는다. 메모리는 고객사 재고 수준이 대체적으로 정상화되는 등 시황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생성형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맞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기술 리더십 강화에 집중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HBM3과 HBM3E을 포함한 신제품에 대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업계 최고 수준 유지 차원에서 내년 HBM 공급 역량을 2.5배 이상 확보할 계획이며, 주요 고객사들과 내년 공급 합의도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HBM3는 3분기 이미 양산 제품 공급을 시작했고 4분기에는 고객사 확대 통해 판매를 본격화하고 있다"며 "HBM3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내년 상반기 내 HBM 전체 판매 물량 중 과반을 넘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4분기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생산 운영 계획과 관련해서는 당분간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성숙 공정 낸드를 중심으로 감산 규모를 확대하되 첨단 공정 제품은 생산 역량 확보에 주력한다. 

김 부사장은 "감산과 수요 개선으로 반도체 재고 수준은 5월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을 지났다"며 "4분기엔 재고 수준이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탄력적인 생산 운영과 생산 회복에 맞물려 D램과 낸드 모두 재고가 감소 중이며 더욱 빠른 속도로 재고가 감소할 걸로 전망한다"면서도 "당사는 빠른 시간 내 재고 정상화를 위해 추가적, 선별적 생산조정 등을 조치 중으로, D램 대비 낸드 생산 하향 조정 폭을 상대적으로 당분간 더 크게 유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생성형 AI와 온디바이스 AI 등에 필수적인 선단공정 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2022~2023년 발생한 설비투자(CAPEX) 감축 영향으로 올해 선단공정 공급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유지한 투자설비를 기반으로 1a, 1b 나노 D램 등은 생산 하향 조정 없이 공급 비중을 지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MX사업부는 폴더블 신제품과 S23 시리즈의 견조한 판매를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니엘 아라우조 MX사업부 상무는 "내년 폴더블폰 시장은 전 지역 성장세가 전망된다"며 "플래그십 시장 내에서의 비중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가전은 내년 실적 턴어라운드를 자신했다. 노경래 VD사업부 상무는 "생활가전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매출 개선을 추진하고, 경영에 부담됐던 코로나 부품 재고 소진, 경쟁력 있는 선사와 물류 계약을 통해 경쟁력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올해부터 지속 추진 중인 부품 표준 공용화,공급망 관리(SCM) 개선 등 오퍼레이션(운영) 효율화 효과를 통해 2024년에는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예상을 웃돈 실적을 기록하며 3분기 영업이익 개선을 견인한 '효자'인 디스플레이 부문은 중소형 OLED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한편 신규 응용처 수요 확대에 적극 대응한다. 대형은 우선 올 연말 성수기에 적극 대응해 QD-OLED 판매를 확대하고, 라인업 확대·생산성 향상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장 내 기반 강화와 수익성 개선을 추진한다. 

8.6세대 OLED 생산라인 투자도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제품 개발과 기술 완성도 개선도 순차적으로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선행 투자가 기술과 시장에서의 선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시설투자 규모는 11조4000억원이다. 사업별로는 DS부문 10조2000억원, 디스플레이 7000억원 수준이다. 연간으로는 약 53조7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연간 기준 사상 최대 투자 규모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투자 및 R&D 투자를 꾸준히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