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일하이텍, 해외 투자 본격화…북미·유럽·아시아 삼각축 형성

염광현 성일하이텍 전략사업팀 이사 인터뷰
'메이드 인 USA·EU' 대응…글로벌 경쟁력 확보
"2027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본격 개화 예상"
달라진 기업 위상…친환경 공정 자신감

 

[더구루=정예린 기자]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기업들에게는 누가,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원가 절감을 통해 시장을 지배하고 살아남을 것인가 라는 숙제가 주어졌다."

 

염광현 성일하이텍 전략사업팀 이사는 지난 9월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향후 국내외 투자 전략을 공유하며 이같이 밝혔다. 성일하이텍은 빠른 시일 내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국에 생산 거점을 확보,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 성일하이텍이 그리는 청사진…북미·유럽 투자↑

 

성일하이텍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기지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메이드 인 USA·유럽연합(EU)' 정책 기조 하에 배터리 제조사부터 소재 기업까지 앞다퉈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배터리 패권이 아시아에서 점차 이동하고 있어 동반 진출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선 미국 조지아주에 이어 인디애나주에 2차 전지 처리 시설인 리사이클링파크 설립 계획을 확정하고 부지를 물색중이다. 고객사의 북미 진출 현황에 따라 다른 주에 추가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본보 2022년 [단독] 성일하이텍 美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추가 설립…인디애나주 러브콜 화답>

 

북미와 유럽에 각각 '유로·US하이드로센터(가칭)'도 건설할 계획이다. 오는 2026~2027년께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세부 확정안 등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도 높다. 배터리 시장 확대에 힘입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제 3의 장소 혹은 군산에 추가 하이드로센터를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본보 2022년 10월 5일 참고 성일하이텍 '하이드로센터' 청사진 윤곽…국내서 해외로>

 

완공되면 성일하이텍이 처음으로 해외에 설립하는 하이드로센터다. 기존에는 배터리 공급망이 한국 등 동아시아에 집중돼 있어 국내에만 있었다. 전북 군산에 하이드로센터 제 1·2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 9월 3공장 건설에도 착수했다. 북미와 유럽에서 전기차 배터리 소재 원산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양극재와 전구체 업체들이 전략을 수정하고 있어 성일하이텍도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염 이사는 "기존에는 동아시아 지역을 위주로 배터리 풀서플라이체인이 형성돼 있어 국내에서 모두 처리를 해왔지만 물량이 확대됨에 따라 추가 건설을 고려중"이라며 "각국 규제가 아니어도 산업이 확대되면 현지에서 발생하는 블랙파우더를 다 한국으로 가져오기 어렵기 때문에 현지 하이드로센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IRA 법안 지침에서 재활용까지 '메이드 인 USA'라면 저희는 조지아주와 인디애나주 리사이클링파크를 통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며 "소재까지 확대될 경우 US하이드로센터가 빨리 설립돼야 하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이에 맞춰 속도를 내야한다고 보고 부지 선정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일하이텍은 오는 2027년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본격 개화될 것으로 보고 이에 맞춰 차질없이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염 이사는 "2027년께 재활용한 배터리에서 원소를 추출해 실질적인 광석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유의미한 숫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때쯤엔 발생하는 폐배터리들이 많아져 이를 누가 처리하느냐에 대한 이슈까지 제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성일하이텍은 현재 군산, 헝가리와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 등 해외 사업장까지 총 8개의 리사이클링파크와 2개의 하이드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 쏟아지는 러브콜…몸값 고공행진 

 

앞선 기술력에 생산능력까지 갖춘 성일하이텍을 향한 각국 정부와 배터리 제조사, 소재 기업 등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 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덕이다. 

 

대표적으로 인디애나주 리사이클링파크 건설도 주정부의 적극적인 구애로 성사됐다. 지난 8월 에릭 홀콤 인디애나주 주지사와 함께 방한했던 인디애나주 경제·무역·학술 대표단은 성일하이텍을 기업 설명회에 초청한 바 있다. 

 

양산이 임박한 다수의 유럽 배터리 업체들로부터 파트너십 제의도 받았다. 일찍이 유럽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구축한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성일하이텍은 헝가리에 유럽 최대 폐배터리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헝가리 공장 증설은 물론 폴란드와 독일에도 각각 생산시설이 있다.

 

다만 자체 리사이클링 솔루션을 보유한 스웨덴 '노스볼트'는 파트너 후보군에서 제외된다. 유럽에 기반을 둔 업체 외에 유럽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들도 공략한다. 기존 파트너사 없이 단독 진출하는 기업의 공급망에 진입해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본보 2022년 10월 7일 참고 성일하이텍 "유럽 다수 업체랑 협력 논의 중"…자체 리사이클 추진 '노스볼트’ 제외>

 

염 이사는 최근 몇 년새 해외에서 기업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전에는 투자금 규모가 (다른 산업 대비) 작다 보니 주정부 등에서도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최근 미국 조지아주 리사이클링파크 건설 투자 발표를 주지사가 직접하는 등 저희를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고 있다"며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전체 서플라이 체인이 형성되는 마지막 화룡점정이라는 사실을 이제 이해해 성일하이텍에 계속 러브콜을 보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경쟁력 원천은 기술력·품질…ESG 앞장

 

성일하이텍은 리사이클링파크에서 폐배터리와 배터리 생산 중에 발생하는 셀스크랩을 수거한 뒤 방전·파쇄해 블랙파우더를 추출한다. 블랙파우더는 하이드로센터로 보내져 습식 제련 과정을 통해 고순도 배터리 소재를 침출·여과해 생산한다.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구리 등 배터리 5대 핵심 소재를 모두 취급한다.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세부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핵심 소재로서 가격이 치솟고 있는 리튬 사업에 집중한다. 건설중인 군산 소재 하이드로센터 3공장에서는 2공장에서만 생산하던 탄산리튬은 물론 수산화리튬까지 만들어 직접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염 이사는 성일하이텍이 생산한 소재의 품질과 판매 경쟁력을 자신했다. 

 

그는 "재활용 소재라고 하면 퀄리티를 낮게 만들어 싸게 파는 것 아니냐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성일하이텍 제품은 실제 광석에서 추출된 소재와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 삼성물산, 중웨이구펀(CNGR), 스미모토 등 글로벌 5대 양극재·전구체 업체를 파트너사로 두고 있어 판매에도 문제 없다"고 피력했다. 

 

친환경 공정을 도입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앞장선다. 폐수 배출 등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폐수 조차도 다시 공정 용수로 재사용하는 등 자체 처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염 이사는 "일각에서 폐수 배출을 염려하고 있지만, 반도체와 달리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서 발생되는 폐수는 유해금속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황산나트륨 농도가 높은 것"이라며 "황산나트륨은 비누, 표백제 등에도 쓰이기 때문에 배출된 폐수를 처리해 황산나트륨은 관련 제품 공장에 공급하고, 나트륨이 제거된 응축수는 다시 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군산 3공장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일하이텍의 배터리 재활용 공정은 일반 광석에서 추출하는 것 대비 탄소배출을 약 75% 절감하는 등 ESG 산업 표본 그 자체"라며 "선진화된 기술과 친환경적인 기술 계속 개발하며 타업체들이 쫓아오지 못할 만큼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성일하이텍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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