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최영희 기자]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은 장인(匠人)을 '예술가의 창작 활동이 심혈을 기울여 물건을 만드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예술가를 두루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한 분야서 오랜 시간 일하며 내공을 쌓은 사람들에게 붙는 영예의 호칭이다.
일반인들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장인은 희끗한 머리를 뒤로 묶은 모습과 긴 수염, 나이든 사람을 생각하기 쉽다. 물론 나이 지긋한 분이 많지만 일찍부터 뛰어들어 '젊은 장인’으로 불릴 만한 사람도 찾을 수 있다.
명품 수선·리폼 전문업체 월드리페어 배범준 이사(42)도 그 중 한명이다.
경력 30년의 장인들이 수두룩한 월드리페어선 젊은 축에 속하지만 군 전역 후 스물둘에 명품 수선과 리폼에 뛰어 들어 올해로 21년차의 베테랑이다.
배 이사가 처음 명품 수선·리폼에 발 들인 것은 '개취'였다.
"원래 명품과 패션에 관심 많았다. 군 전역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명품 가방을 샀을 때 기분은 잊을 수 없죠."
이를 계기로 2002년 명품 수선, 핸들 생산업체에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배 이사는 처음엔 하루에 명품 하나를 수선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여기에 아침 6시 출근하고 밤 새는 것이 허다했다. 넘쳐나는 물량으로 공휴일도 없이 일했다.
그는 "10년 정도 지나니 실력이 좀 붙었다. 명품 리폼, 수선 때 한 명이 모든 걸 다 하지 않지만 평균으로 치면 이젠 하루 5개 정도를 수선, 리폼하는 실력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보람됐던 기억도 많다. 가장 큰 기억은 고객의 좋은 추억을 되살린 것을 꼽는다. 소장 명품이 오래 돼 버리려 했는데 이를 완벽하게 리폼해 돌려드렸고 받은 고객에게 커피와 명품의류를 선물 받은 적도 있다. 리폼한 소장 명품은 남편이 연애때 처음 사준 가방이었다는 것.
리폼 후 옛 추억을 계속 할 수 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 돼 기분 좋았다고 회상했다.
물론 힘든 기억도 있다. 가죽이 모두 상해 손댈 수 없는 상태였던 가방을 고객이 내부를 제외한 모든 가죽 교체 요구했다. 꼬박 사흘 걸려 끝냈는데, 명품 가방을 하나 새로 만드는 기분이었다고.
리폼 후 다시 보니 자신이 맘에 들지 않아 3번에 걸쳐 다시 리폼 후 고객에게 전달한 적도 있었다.
배 이사는 "몇달 월급 아껴 장만 하거나,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에게 선물 받은 그 날의 추억이 가방에 담겨 있다. 남편 유품을 수선 하거나, 돌아가신 부모님의 가방을 리폼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명품은 단순히 소장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명품 소장자 에겐 추억이 함께하기 때문에 그 추억을 돌려드리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명품 소장자들에게 보관하는 요령도 조언했다. 가죽이나 PVC 원단이나, 모두 세심한 관리가 필요 하다는 것인데 가급적 소독용 물티슈가 아니라면 일반 물티슈로는 닦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