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도담 기자] 수익성 악화에 허덕히는 프랑스 르노그룹이 사업재편 전략 '르놀루션'(Renaulution)을 발표했다. 판매량에 얽매이지 않고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서비스·데이터·에너지 등 자동차 외 부문으로 확대 재편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생존 기로에 놓인 르노삼성자동차도 이에 맞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는 14일(현지시간) 온라인 발표회를 통해 새 경영전략 '르놀루션(Renaulution)'을 발표했다. 르노(Renault)에 혁명(Revolution)을 일으키겠다는 의미다.
루카 데메오 (Luca de Meo) 르노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의 경영 목표를 규모에서 가치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즉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에 연연하지 않고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오는 2023년까지의 부활 단계에선 지난해 조 단위의 순손실을 기록한 회사의 마진 회복에 주력하고 2025년까지의 혁신 단계에선 수익성 향상을 위해 판매 차종에 대한 선택과 집중에 나서기로 했다. 또 2025년 이후의 혁명 단계에선 회사의 사업모델 전체를 기술과 에너지 쪽으로 이동해 나간다는 목표다.
데메오 CEO는 "엔지니어링 부문을 시작으로 업무를 효율화하고 잠재력이 큰 제품과 기술에 자원을 재분배함으로써 신기술을 탑재한 전동화 신모델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 같은 변화가 그룹 내 각 브랜드의 수익성과 고객만족도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르노그룹엔 르노 외에도 다키아와 라다, 알파인(Alpine) 등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또 "르노는 현재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 회사'이지만 2030년까진 '자동차를 활용한 기술 회사'가 될 것"이라며 "전체 수익의 최소 20%는 서비스와 데이터, 에너지 부문의 거래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르노그룹은 이 기간 자동차 플랫폼을 6개에서 3개로 줄이고 파워트레인 역시 8개에서 4개로 줄인다. 생산대수도 2019년 400만대에서 오히려 2025년까진 310만대로 더 줄이기로 했다. 또 모빌라이즈(Mobilize)라는 새로운 사업부를 신설해 카셰어링 같은 서비스나 데이터, 에너지 관련 서비스에서의 수익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르노그룹의 동북아 생산·연구개발 거점인 르노삼성으로서도 이에 따른 변화가 불가피하다. 르노삼성의 지난해 판매량은 11만6166대로 전년대비 34.5% 줄었다. 르노그룹의 구조조정 정책과 맞물린 영향이다. 북미 수출을 위한 닛산 로그 위탁생산도 끝나며 수출길이 사실상 막힌 영향이 컸다. 부산 공장의 연 생산능력이 25만대인 걸 고려하면 현 공장 가동률도 절반에 못 미친다.
르노삼성은 올해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 유럽 수출로 연 9만대 수준의 생산물량을 확보할 계획이지만 유럽 현지 판매가 원활히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올해 출시 예정 신차도 없는 만큼 내수 판매 유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르노삼성도 르노그룹의 중장기 계획 '르놀루션'에 발 맞추지 못한다면 단순히 임원 급여 삭감과 임원 수 감축에 그치지 않고 회사의 존폐를 위협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이미 이달 7일 전체 임원의 급여를 올해부터 20% 삭감한 데 이어 임원 수도 현재의 40%를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