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친 이건희에서 답을 찾다…삼성 '포스트 코로나' 전략 윤곽

1분기 시설투자 7.2조…매출 대비 투자 비율 13%
코로나에도 평택 반도체·중국 디스플레이 투자 매진
삼성 1998 IMF·2008 금융위기 투자로 위기 돌파

 

[더구루=오소영 기자] #1. 1998년 1월 1일 이건희 회장 신년사

"기업의 생존과 멸망을 결정짓는 건 복잡한 경영이론이 아니라 경쟁력, 말이 아니라 행동력이다"

#2. 2020년 5월 18일 이재용 부회장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

 

'안주하지 말고 행동하자' 삼성전자가 18조원이 넘는 반도체 투자를 약속한 가운데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닮은꼴'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가동, 기흥 생산설비 증설, 쑤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건설 등 삼성의 역사를 보여주는 굵직한 투자들은 대내외 위기 속에 진행됐다. 부친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이 부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분기 투자 '껑충'…반도체·디스플레이 '드라이브'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시설투자에 7조2971억원을 쏟았다. 매출액 55조3251억원 가운데 13.1%를 투자에 쏟았다. 매출액 대비 투자 비중은 작년 1분기(8.5%)보다 5%포인트 이상 높다. 반도체 호황으로 분기 실적 최고치를 갈아치우던 2018년 1분기(14.2%)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치다.

 

연간으로 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시설투자액은 26조8948억원. 전체 매출액(230조4008억원)의 약 11%로 매출 대비 투자액은 올 1분기가 더 높다. 

 

삼성전자는 최근 평택 반도체 공장을 비롯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경기 평택캠퍼스에 약 10조원 투자해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10여일 만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추가로 깔기로 했다. 비용은 약 7~9조원으로 2주 사이 발표한 투자 규모는 최대 18조원에 달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중국 투자에 속도를 낸다. 유정근 삼성디스플레이 동관법인장은 지난 3월 동관시 호우지에(厚街镇) 당국 책임자와 면담을 갖고 올해 사업 계획을 논의했다. 동관법인의 투자 청사진을 협의하며 현지 정부와 적극 소통하고 있다.

 

◇'IMF 예외 없다' 투자 세 배 늘린 삼성 

 

이 부회장의 과감한 투자 결정은 경제 위기 속에 미래 시장에 대비한 투자로 승부수를 봤던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의 영향으로 관측된다. 투자로 대내외 리스크를 돌파한 부친의 경험이 이 부회장에게도 깊이 각인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IMF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경기 기흥 반도체 공장의 9라인 증설을 결정했다.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 1998년 3월 미국 오스틴 사업장을 가동했고 그해 6월 브라질 모니터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해 해외로 사업 지평을 넓혔다.

 

1999년 화성 반도체 2단지를 착공했다. D램·S램 세계 1위를 포함한 '2000년대 반도체 비전'을 선포하고 2년 연속 28억 달러(약 3조4000억원) 상당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해 설비 확충에 나선 것이다.

 

반도체 증설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투자액은 1998년 6911억원에서 이듬해 1조8767억원으로 세 배 늘었다. 2000년에도 1조4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했다.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 혹은 철회하던 시기에 삼성전자는 거꾸로 늘리며 정반대 행보를 보인 셈이다.

 

투자 효과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2000년 32조원에 달했던 삼성전자 매출은 2001년 40조원을 돌파했고 2003년 59조원로 수직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조3759억원에서 9조2456억원으로 뛰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삼성은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그해 삼성전자의 투자액은 9조4886억원으로 2007년(8조4693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았다.

 

삼성전자는 그해 메모리 라인 증설과 공정 업그레이드를 위해 1조520억원을 쏟았다. 중국 쑤저우에 총 2조6000억원을 투입해 LCD 공장 건설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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