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가팩토리 프로젝트 줄줄이 무산 위기

유럽 '교통환경연맹' 보고서…약 68% 중단 가능성
美 IRA법·中 공급망 사이서 유럽 경쟁력 미비 진단
세금 감면 혜택, 승인 절차 간소화, 공급망 구축 등 촉구

 

[더구루=정예린 기자] 유럽에서 계획된 다수의 배터리 기가팩토리 건설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에 비해 뒤쳐진 경쟁력이 원인으로 꼽히며 대규모 지원책 등을 통해 기업 유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유럽 환경단체 '교통환경연맹(T&E)'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유럽 내 리튬이온배터리 공장 약 50개가 신·증설될 예정이다. 총 1.2TWh 규모의 추가 생산능력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중 68%(약 0.82TWh)를 차지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지연, 축소 또는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T&E는 테슬라, 노스볼트, 이탈볼트의 변심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들 기업은 독일과 이탈리아 등지에서 대규모 기가팩토리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작년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을 통해 천문학적인 액수의 보조금과 각종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자 최종 투자 집행에 앞서 유럽과 미국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 원재료 공급망에 강점을 가진 중국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T&E의 설명이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내수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데다 핵심 광물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 반면 유럽은 중국에 비해 보유한 광물 자원이 적고 이마저도 막 사업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T&E는 유럽연합(EU)에 가치 사슬 확립과 제조 규모 확대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할 것을 촉구했다. 미 IRA법에 대응해 기업들에게 △최대 세금 감면 혜택 △생산 보조금 △승인 절차 간소화 △필수 원재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 지원안을 늘리는 한편 강력한 친환경·기후 기준을 유지해 시장 확대를 위한 토대를 마련, 녹색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도 위기감을 인지하고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친환경 보조금 지급 강화, 세액공제 혜택 제공,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탄소중립 시대를 위한 그린딜 산업 계획(이하 그린딜 계획)’을 발표했다. △신규 시설 건설을 빠르게 승인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넷제로 산업법(Net-Zero Industry Act)' △리튬, 희토류 등 유럽에서 생산된 원자재를 사용한 제품에만 보조금을 주는 '핵심원자재(CRM)법' 등이 포함된다. 유럽 친환경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유럽판 IRA’라는 별칭이 붙었다. 

 

줄리아 폴리스카노바 T&E 차량·이동성 수석 이사는 “EU 배터리 산업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십자포화에 휘말려 있으며, 유럽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을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미국의 보조금과 중국의 수년간의 지배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EU 전역에서 생산 확대를 지원하는 배터리에 초점을 맞춘 녹색 산업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EU는 미 IRA법을 반영해 생산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에 보상하는 강력한 산업 정책을 내놔야 한다"며 "모든 회원국이 이용할 수 있는 중앙 기금은 배터리 가치 사슬, 재생 에너지 및 스마트 그리드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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