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길소연 기자] 54조원 규모의 미국 차세대 유·무인 전투차량(OMFV) 사업 수주를 위해 한화가 미국 펜타곤 인근에 거점을 마련했다. 경쟁사 라인메탈이 이달 초 미국법인을 구축하자 한화도 사옥 이전으로 맞서면서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펼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 해외사업 전담 조직인 한화디펜스인터내셔널(HDI)는 다음달 미국 버지니아주 타이슨스의 보로 타워에 입주한다. HDI는 버지니아주 크리스탈시티에 있는 지사를 타이슨스로 이전하는 것으로 건물 18층, 257㎡를 임대해 쓴다.
25548㎡가 넘는 면적의 보로타워는 워싱턴 DC 인근으로 편의시설이 풍부한 환경이라 입주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특히 해당 건물이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국방부 인근에 위치해 있어 이번 입주가 한화디펜스가 현재 참여 중인 OMFV 사업 수주를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지사를 이끌고 있는 버나드 샴포 HDI 부사장은 "HDI는 미국, 특히 버지니아 북부의 보로 타워에서 성장을 계속할 수 있는 기회에 흥분하고 있다"며 "우리의 새 사무실은 미국 방위 고객들에게 우리의 헌신을 한 단계 더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HDI는 사무실 이전으로 OMFV 사업 수주에 총력을 기울인다. 한화디펜스는 지난달 14일 입찰 마감했다. <본보 2021년 4월 16일 참고 美 보병전투차량 교체사업 입찰 마감…한화디펜스 참전>
해당 사업은 한화디펜스와 독일 라인메탈 외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 랜드 시스템즈(GDLS), 영국 BAE 시스템즈(BAE Systems), 싱가포르 ST 키네틱스(ST Kinetics) 등 참여해 5강 구도를 보이고 있다.
이중 라인메탈은 지난 2018년 여름 프랑스 파리에서 링스 KF41 차세대 전투 차량을 공개하는 등 수년째 OMFV 프로그램 경쟁을 공식화했다. 최근에는 라인메탈 미국법인 아메리칸 라인메탈 차량(ARV) 사무실을 미시간주 스털링 하이츠에 있는 컨퍼런스 센터 DC3S에 이전하기도 했다. <본보 2021년 5월 11일 참고 '한화 참여' 美보병전투차량 교체사업 물밑 수주전 치열>
업계에서는 HDI가 미국지사 설립 후 4년째 성과가 전무해 OMFV 사업 확보에 따라 미국지사 존폐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8군 사령관을 역임한 버나드 샴포를 지사장으로 앉혀 지사를 설립했지만, 개설 후 지금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해 무늬만 지사라는 지적이 팽배하다. <본보 2020년 7월 13일 참고 '미운오리' 한화 美지사, 백조로 거듭날까…'54조원' 전투차량사업 관건>
버나드 샴포 부사장은 지난 2013년 6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주한 미8군 사령관을 지낸 '지한파' 3성 장군 출신이다. 2017년 당시 한화테크윈의 항공·방산 부문 미국사업실장으로 영입한 뒤 미국 지사장으로 선임됐다.
한편, 미 육군은 기존 운용중인 M2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량(IFV)을 대체하기 위해 오는 2027년까지 OMFV 교체사업 추진 중이다. 최대 3800여대의 브래들리 장갑차를 교체하는 것으로 사업 규모는 450억 달러(약 54조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