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현준 기자] 르노코리아가 지난 2024년 프로젝트명 '오로라1'인 '그랑 콜레오스'를 통해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에 이어, 올해 '오로라2'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필랑트(FILANTE)'를 통해 연타석 흥행에 나선다. 필랑트는 르노의 최신 기술력과 디자인 철학이 집약된 E-세그먼트(준대형) 플래그십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이 차는 지난 2월 말 기준 누적 계약 7000대를 돌파하며 출시 전부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필랑트는 이달 둘째 주부터 국내에서 순차적으로 출고되며, 테크노 트림은 3분기 출시 예정이다. 이후 내년 초까지 중남미와 중동 등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그랑 콜레오스에서 증명된 SUV의 역동적인 주행 성능에 플래그십 세단의 안락한 승차감까지 구현하기 위해 개발 단계부터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경주의 품격을 닮은 외관…별똥별처럼 날렵한 실루엣
이날 시승에 앞서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은 "경주가 지닌 품격과 여유는 필랑트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닿아 있다"며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필랑트의 부드러운 가속감과 완성도를 경험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필랑트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떤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감을 안고 운전대를 잡아봤다.
시승은 지난 5일 경주 카페 LLOW에서 열린 미디어 행사를 통해 진행됐다. 시승 코스는 울산 울주군의 한 카페를 반환점으로 하는 왕복 약 141km 구간으로 구성됐다. 일반 도로와 고속도로, 와인딩 구간 등 다양한 환경에서 필랑트 '아이코닉(iconic)' 모델을 시승했다.
첫인상은 '세련됨' 그 자체였다. 전면부는 3차원 입체 구조의 일루미네이티드 시그니처 로장주 로고와 그릴 라이팅이 시선을 잡았다. 측면은 탄탄하면서도 매끄러운 루프 라인이 돋보였다. 전장은 4915mm로 그랑 콜레오스보다 135mm 길지만 전고는 70mm 낮아 한층 날렵하고 안정적인 비율을 완성했다. '별똥별'을 뜻하는 차명처럼 후면으로 갈수록 날렵해지는 숄더 라인과 와이퍼 없이 매끈하게 마감된 리어 윈도우는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강조했다.
◇XR 게임부터 AI 음성비서까지…인포테인먼트 강화
실내에 들어서니 기술적 진보를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운전석부터 동승석까지 이어진 세 개의 12.3인치 '오픈알(openR) 파노라마 스크린'은 뛰어난 시인성과 직관적인 조작성을 제공한다. 특히 세계 최초로 탑재된 'R:레이싱(R:Racing)' 게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차량 외부 카메라를 활용한 확장현실(XR) 기술로 실제 도로 영상 위에 그래픽을 입혀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주행 중 도로의 파란색 공을 획득하는 재미는 아이뿐 아니라 성인 동승객에게도 장거리 이동의 지루함을 덜어줄 요소로 작용할 것 같았다.
동급 최대 사이즈인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에는 이중 은(Ag) 코팅과 솔라 필름이 적용돼 열 차단과 정숙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음성 어시스턴트 '에이닷 오토'는 자연스러운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경로 안내와 차량 제어를 지원해 편의성을 높였다.
◇정숙한 주행과 여유로운 출력…연비도 기대 이상
본격적인 주행에 나서자 필랑트의 진가가 드러났다. 하이브리드 E-Tech 파워트레인은 100kW 구동 모터와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이 결합해 시스템 최고 출력 250마력을 발휘한다. 가속은 부드러웠고, 실내 정숙성도 우수했다.
자율주행 레벨 2 수준의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를 포함한 34개의 차세대 최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ADAS) 기능은 고속도로 주행에서 안정감을 제공했다. 차로 중앙 유지와 앞차와의 간격 조절이 정교해 장거리 운전의 피로도를 줄여줄 것으로 보였다.
연비도 기대 이상이었다. 시승 후 확인한 실제 연비는 15.9km/L로, 공인 복합 연비(15.1km/L)를 웃돌았다. 1.64kWh 배터리를 활용해 도심 주행의 약 75%를 전기 모드로 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는 △테크노 △아이코닉 △에스프리 알핀 △에스피리 알핀 1955 등 총 4가지 트림으로 구성됐다. 판매 가격은 친환경차 세제 혜택 적용 기준 4331만~5218만원이다.
그랑 콜레오스가 르노코리아의 부활을 알린 신호탄이었다면, 필랑트는 브랜드가 한 단계 더 높은 프리미엄 시장으로 도약했음을 보여주는 모델로 평가된다. SUV의 강인함과 세단의 안락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하는 소비자에게 필랑트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