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주고 약주고” 유가 급등에 파산 위기 美 스피릿 항공, 트럼프 행정부 지분 인수 검토

2026.04.23 08:32:00

유가 급등에 파산 위기
정부 개입 놓고 찬반 격돌

 

[더구루=변수지 기자] 미국 정부가 파산 위기에 몰린 저비용항공사 스피릿 항공에 최대 5억 달러(약 7400억 원) 투입과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위기를 키운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구제에 나서며 정책 역설 논란이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스피릿 항공에 대한 구제 금융 패키지를 두고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안에는 약 5억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과 정부 지분 인수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 해당 자금은 선순위 대출 형태로 투입돼 정부가 기존 투자자보다 우선 변제권을 확보하는 구조다.

 

스피릿 항공은 지난해 8월 이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비용 상승 △소비자 선호 변화 △엔진 리콜 △제트블루 항공과의 인수합병 무산 등이 겹치며 경영 기반이 약화됐다. 여기에 최근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

 

백악관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제트블루와의 합병을 막지 않았다면 재무 상황이 더 나았을 것”이라며 “항공 산업의 전반적인 건전성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개입을 둘러싼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다. 숀 더피 미 교통부 장관은 “이미 많은 자금이 투입된 상황에서 추가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동안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도 사려 하지 않는 회사를 왜 정부가 사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테드 크루즈 미 상원의원은 “이건 절대 해서는 안 될 최악의 선택”이라며 정부 구제에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구제금융을 “큰 실수였다”고 평가하며 “정부는 실패한 저가 항공사를 운영할 능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업계 시각도 냉정하다. 미국 대형 항공사 유나이티드 항공 최고경영자(CEO) 스콧 커비는 “이런 환경에서도 일부 항공사는 충분히 수익을 내고 있다”며 “지금은 항공사 구제금융이 필요할 정도의 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장 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스피릿 항공은 저가 전략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형 항공사들의 기본형 이코노미 확대에 밀려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구조다. 프리미엄 좌석 등으로 대응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는 “유가 부담을 제외하더라도 안정적인 현금 창출 구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피릿 항공 노조는 정부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현재 경제 환경에서 긴급 자금 지원의 필요성을 정부가 인식하길 기대한다”며 “1만4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항공 이용 선택지가 줄어드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상 결과에 따라 항공 산업 전반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항공업계는 코로나19 당시 약 500억 달러(약 74조 원) 이상의 공적 자금을 지원받았지만, 이는 산업 전반을 대상으로 한 조치였다.

 

반면 이번 지원은 파산 상태의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유에스에이 레어어스 등 일부 기업에 지분 투자 형태로 개입한 사례는 있으나, 항공사에 대한 직접 개입은 전례가 드물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변수지 기자 seoz@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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