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변수지 기자] 국내 카드론 잔액이 43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풍선효과와 급전 수요가 맞물리면서 카드론 규모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2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3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994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0.2%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관리 영향으로 주춤했던 잔액은 올해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카드론은 담보 없이 간편하게 이용 가능한 ‘불황형 대출’로, 경기 침체기마다 수요가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약 1.6% 늘며 1분기 만에 금융당국이 제시한 연간 목표치(1~1.5%)를 넘어섰다. 현금서비스 잔액도 같은 기간 1.9%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카드론을 가계대출 규제 우회 통로로 보고 관리 강도를 높였다. 카드사에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1.5% 수준으로 제한하고, 상반기 내 목표 달성을 요구했다. 카드사들은 이미 목표치를 초과한 상황에서 단기간 내 증가율을 낮춰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요구를 맞추려면 대출 공급을 제한하는 방식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카드론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고 스트레스 금리를 도입하는 등 억제책을 써왔다.
그러나 경기 둔화로 인한 생계형 대출 수요와 은행권에서 밀려난 차주들의 유입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은행권 규제 강화로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 그리고 고물가·경기 둔화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 증가가 맞물렸다. 여기에 대환대출과 리볼빙 잔액 확대까지 더해지며 규모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론을 일률적으로 조이기보다 중금리 대출 확대를 통해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카드사를 비롯한 2금융권의 중금리 대출 일부를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고, 해당 비율을 기존 20%에서 4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은행권 대출 규제로 유입된 고신용 차주들이 중금리 대출마저 선점할 경우, 정작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취약 차주들은 대출 심사에서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론은 주택담보대출처럼 자산 가격과 직접 연동된 대출이 아니라 저신용자의 급전 수요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포용금융 확대를 위해 보다 정교한 규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