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연말을 앞두고 금, 은, 구리 가격이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구리의 경우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4일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전날 온스당 4497.55달러까지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은 현물 가격도 온스당 71.49달러까지 치솟으며 처음으로 70달러 선을 넘어섰다.
이 같은 결과는 내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데서 비롯됐다. 또 미국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주요 자금원인 원유 수출을 차단하면서 안전자산인 귀금속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도 요인이 됐다.
글로벌 증권사인 페퍼스톤 그룹은 “지정학적 마찰이 다시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며 “필수적인 헤지 수단으로서 금과 은에 대한 수요를 분명히 증가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70% 이상 상승하며 지난 1979년 이후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내년에도 오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온스당 4900달러를 기본으로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시했다.
은 가격은 올해 140% 급등하며 금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강력한 투자 수요와 미국의 핵심광물 목록 등재, 모멘텀 매수(자산가격 상승시 이를 따라가는 투자 전략) 등이 뒷받침한 결과란 해석이 나온다.
구리 가격도 전날 톤당 1만2159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만2000달러를 돌파했다. 구리는 올해 들어서 약 40% 가까이 오르며 지난 2009년 이후 연간 최대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여기에는 구조적 공급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칠레와 인도네시아, 페루의 구리 광산들이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구리 가격 상승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구리 활용도가 높은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에 대한 수요 증가도 요인이 됐다.
에너지 리서치 기관 블룸버그NEF는 “에너지 전환과 연계된 구리 수요는 2045년까지 3배 증가할 수 있다”며 “2050년까지 구리 부족량은 1900만 톤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