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대우 합병 나비효과…글로벌 조선업계, 합종연횡 바람

-싱가포르 정부, 테마섹-해양장비 전문업체 '케펠' 인수…샘코프마린 합병 추진
-중국 이어 싱가포르도 조선소 합병 바람

[더구루=길소연 기자] 국내 대표 조선소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이 글로벌 조선업계 합종연횡에 불을 당겼다.

 

중국이 국내 조선소 '빅2' 재편에 바통을 이어받아 조선소 통합을 추진한 데 이어 싱가포르도 조선소 합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해양플랜트업체인 케펠에 29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분 인수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테마섹은 지배권 확보를 위해 종가 대비 26%의 프리미엄을 붙여 지분 인수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테마섹의 케펠 보유 지분은 51%로 늘어난다. 이미 테마섹은 케펠 지분을 21%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테마섹은 1974년 6월 보유한 공공지분의 보유·관리 및 투자를 위해 설립한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다. 케펠의 지분을 인수에 나선 건 경쟁사인 싱가포르 샘코프마린과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케펠과 셈코프마린은 해양 굴착 장치 제작을 전문으로 한다. 최근 미국에서 셰일 오일 생산의 급증으로 해양 석유 탐사자들이 경쟁하기가 어려워져 양사 모두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어 합병하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 등 조선소 합병 움직임을 의식한 이유도 있다. 글로벌 조선소가 몸집을 불리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비슷한 업체끼리 뭉쳐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테마섹 관계자는 "현재의 비즈니스와 경제 전망에 따른 도전"이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중국과 한국의 대규모 야드 통합에 이어 샘코프마린과의 합병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조선업계는 재편 움직임이 활발하다. 먼저 합병 움직임을 보인 국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등 5개 심사 대상국을 확정하고,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은 정부로부터 조선사 합병 계획 예비승인을 받고 국내 '공룡 조선사' 탄생을 견제하며 자국 조선소 1, 2위 국영조선소인 중국선박중공집단(CSIC)과 중국선박공업집단(CSSC) 간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CSSC와 CSIC가 합병할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을 제치고 세계 최대 조선소로 올라서게 된다. 실제 지난해 양사의 연매출을 합하면 5080억 위안(약86조원)에 달한다. 이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매출 합산보다 더 많은 수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작업이 나비효과가 돼 글로벌 조선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중국, 싱가포르 등 한국의 경쟁력 강화 조치에 합병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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