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환 기자] 세계 최초 탈(脫)원전 국가로 꼽히는 이탈리아가 급격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짐에 따라 원자력 발전 재개를 본격화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16일 "조르자 멜로니 정부가 40년 만에 원자력 발전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가 최근 기술 설계 검토를 위해 캐나다를 방문했고, 프랑스 정부와 원자력 산업에 대해 논의했다"며 "한국 또는 미국이 개발한 원전 건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멜로니 총리는 오랫동안 원전을 이탈리아 경제 회복의 열쇠로 강조해 왔다"며 "원전 정책은 유럽에서 가장 큰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이탈리아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녀는 원전이 장기적인 해결책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 계획의 성공 여부에 자신의 정치적 성패가 달려 있나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질베르토 피케토 프라틴 이탈리아 환경에너지부 장관은 앞서 지난 10일 주요 7개국(G7) 기후·에너지·환경 장관 회의에서 "가능한 한 빨리 원자력 에너지 프로그램을 재개해야 한다"며 "발전소는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타당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탈리아는 천연가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다른 유럽 국가보다 국제 가격 변동성에 더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직후 이탈리아 경제가 특히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이탈리아는 연간 전체 가스 소비량의 40%(290억㎥)를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앞서 작년 3월 내각 회의를 열어 원자력 기술의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2027년까지 원전 재개를 위한 법적·기술적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이탈리아는 지난 1960년대와 1970년대에 4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했으며, 이후 원전 확대 계획까지 수립했다. 하지만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터지자 국민투표를 거쳐 ‘탈원전’을 결정했다. 1987년 11월 8∼9일 이틀간에 걸쳐 진행된 국민투표에선 국민 80%가 탈원전을 지지했다. 당시 운영되던 원전 4기는 즉각 가동이 중단됐고, 1990년 마지막 원자로가 폐쇄되면서 이탈리아는 세계 최초의 탈원전 국가로 언급된다.
이탈리아의 원전 부활은 유럽연합(EU)의 정책과 일치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회 민간 원자력 정상회의’에서 "현재 중동 위기는 화석연료 수입국인 유럽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유럽이 원자력 에너지를 축소한 것은 전략적 실수"라고 밝혔다.
이어 "세계적인 원자력 부흥에 유럽도 동참하고자 한다"며 소형모듈원전(SMR) 활성화를 유럽의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SMR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EU 전체 규제를 완화하고 2억 유로(약 3400억원) 규모 보증 프로그램으로 해당 기술 투자를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