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환 기자] "아파트 급매물 문의는 늘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호가가 수억 원이나 낮아졌음에도 뉴스에서 계속 집값 하락 이야기가 나오니 매수자들의 눈높이가 너무 낮아졌다." 최근 서울 주요 지역 공인중개사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서울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쌓이고 있지만, 거래는 실종됐다. 매수자들이 추가적인 집값 하락을 기대하며 관망세가 더 짙어지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이달 1~12일 누적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280여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약 4200여건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 1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앞서 지난 2월에도 전년 대비 25% 감소한 약 4700여건의 거래가 이뤄졌는데, 한 달 새 분위기가 더 식었다.
현재 서울 아파트 매물은 계속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약 7만6600개로 이달 들어 6.3% 늘었다.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공식화한 지난달 23일 이후로는 15%나 증가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나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을 크게 낮춘 매물이 아니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매도 희망자는 가능한 한 가격을 적게 내리는 수준으로 호가를 매겨 수요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매수 수요자는 지금보다 가격이 더 내려갈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관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남권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수억원 몸값을 낮춘 하락 거래만 나오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 전용면적 84㎡(30층)는 지난달 26일 54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인 작년 10월 67억8000만원(24층)과 비교해 13억8000만원 하락한 가격이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20㎡는 지난 3일 38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최고가 45억원보다 약 7억원 낮은 가격이다. 급매로 나온 뒤 하루 만에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말 중개 거래로 21억8500만원에 손바뀜했다. 같은 면적 이전 최고가(28억원)보다 6억15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달 12일 23억8200만원에 거래돼 1월 기록한 최고가 31억4000만원에서 한달 새 7억6000만원 가량 급락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