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 기업으로부터 농축 핵연료를 구매하는 한국·일본 원자력 발전소 운영사에 최대 6조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 세계 우라늄 공급망에서 대(對)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자국 기업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16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수출입은행은 15일 도쿄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에너지 안보 장관회의 및 비즈니스 포럼'에서 한국 원전 운영사에 최대 18억 달러(약 2조7000억원), 일본 원전 운영사에 최대 24억 달러(약 3조6000억원) 등 총 42억 달러(약 6조3000억원) 규모로 핵연료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의향서를 발송했다.
해당 보조금은 캘리포니아주(州)에 본사를 둔 우라늄 농축 기업인 '제너럴 매터(General Matter)'로부터 연료를 구매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팔란티어 창업자 피터 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을 받았다. 올해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 농축 시설을 착공해, 2030년 말 가동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HALEU 소비량의 3분의 2를 공급한다는 목표다.
존 요바노비치 미 수출입은행장은 "이번 지원책은 미국의 장기적인 경제 및 전략적 강점에 중요한 핵심 산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에 걸쳐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구축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전 세계 우라늄 공급망에서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초 자국 내 우라늄 농축 시설 확충을 위해 27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미 정부는 지난 2024년 러시아나 러시아 기업이 생산하는 저농축 우라늄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을 시행했고, 2028년까지 러시아산 핵연료 수입을 전면 차단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전 세계 농축 우라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기업인 로사톰이 전 세계 농축 우라늄 생산량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농축도가 5~20%로, 신형 원자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HALEU를 상업적 규모로 생산하는 국가는 러시아가 유일하다. 2024년 기준 러시아는 미국 상업용 원자로에 사용된 농축 우라늄의 20%를 공급했다.
우리나라도 농축 우라늄 수입의 약 3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미 간 원자력협정으로 인해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하는 데 제한을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저농축 우라늄을 전량 수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