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이 글로벌 낸드 공급 부족 사태가 향후 최대 2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공급 제약 확대가 예견되면서 솔리다임을 통해 고용량 엔터프라이즈 SSD(eSSD)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의 수익성 개선과 시장 지배력 강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팟캐스트 '쉐어드 에브리띵(Shared Everything)'에 따르면 스콧 섀들리(Scott Shadley) 솔리다임 리더십 내러티브 및 에반젤리즘(전파) 책임자는 최근 해당 채널에 출연해 반도체 업황과 관련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낸드 공급 문제는 단기적인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며 "낸드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향후 18개월에서 24개월 동안 매우 타이트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는 배경으로는 신규 스토리지 팹 증설의 공백을 지목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한정된 자원을 고대역폭메모리(HBM)나 AI용 D램 생산 라인 확충에 우선 배정하면서 낸드플래시 설비 투자가 상대적으로 뒤로 밀렸다는 설명이다.
섀들리 책임자는 "올해는 새로 들어오는 스토리지 팹이 거의 없다"며 "현재 증설 추진 중인 대부분의 팹들이 실제 가동되는 시점은 2027년에서 2029년 사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의 성능이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 또한 낸드 시장에서는 더 이상 공급 해결사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섀들리 책임자의 분석이다. 과거에는 회로 선폭을 줄이는 미세 공정(리소그래피)만으로 비트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으나 3D 낸드 시대에 접어들며 위로 쌓아 올리는 '단수 경쟁'이 공정 시간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어서다.
섀들리 책임자는 레이어 수를 늘리는 방식이 곧바로 비트 공급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레이어가 증가해도 웨이퍼당 다이(die) 수가 크게 늘지 않는 데다, QLC(쿼드레벨셀·셀당 4비트)처럼 셀 하나에 여러 비트를 저장하는 구조에서는 저장 가능한 전자 수에 물리적 한계가 있어 300단 이상으로 갈수록 동일한 비트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과거보다 훨씬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체제로 꼽히던 하드디스크(HDD) 업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기록 밀도를 높이기 위해 헤드에 레이저를 다는 함머(HAMR)나 맘머(MAMR) 등 극도로 복잡한 공정이 도입되면서 기계적 한계와 비용 문제가 발생해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섀들리 책임자는 "HDD 제조사들 역시 낸드 공급 부족을 상쇄할 만큼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AI 혁명을 주도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요구사항이 표준 제품과 분리되면서 제조사의 공급망 관리는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당분간 시장 전반에 걸쳐 상당히 거친 시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솔리다임은 고객들에게 제품을 가능한 한 빨리 생산할 것이라고 말하는 동시에, 한정된 자원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효율성을 높이는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 AI 솔루션 회사인 'AI 컴퍼니(AI Company, 가칭)' 설립을 추진한다. AI 컴퍼니는 미국 현지에서 고용량 eSSD를 통해 경쟁력을 입증한 솔리다임을 개편해 설립될 예정이며, SK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100억 달러를 출자해 AI 데이터센터 전 분야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로 육성할 방침이다.

